봉정암의 하룻밤은 강풍과 폭우와 사람들의 헬기 소리와 함께 했습니다.
덕분에 9시 반에 눈을 감았으나
1시간도 잠을 자지 못한 것 같습니다.
새벽 3시에 드디어 비가 살포시 잦아들기 시작하더니
거짓말처럼 몇 십분이 흐르자 하늘엔 별이 총총합니다.
비도 오고 배낭도 무겁고 해서 큰 카메라를 들고 오지 않았더니 후회가 됩니다.
늘 그렇듯이... 안 가지고 오면 찍을 것이 많습니다.
마음에 담고 눈에 양껏 넣어 봅니다.
오늘 코스는 봉정암 - 소청대피소 - 중청 - 대청(일출) 보고
다시 소청대피소까지 내려와서 아침 먹고
희운각 양폭을 거쳐 소공원으로 가는 코스로 잡습니다.
조금 긴 거리입니다.(약 18키로)
대청봉에서 일출이 6시 20분 경에 시작합니다.
4시 반에는 봉정에서 출발해야 대청봉까지 갈 수 있습니다.
소청대피소까지 1시간은 경사로입니다.
그래도 하늘에 달빛이 밝아서 거의 헤드렌턴 없이도 갈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안 올라가네요.
올라오면서 보니 벌씨로 해가 뜨려 합니다
이제 뜁니다. ㅎㅎ
설악산 맞지요?
중청 다 왔을 때는...ㅎㅎ
바닥엔 얼음이....
대청봉 올라가는 길은 정말 강풍이었습니다.
사진기 들고 있지를 못 할 정도로 손이 떨렸습니다.
카메라 못 들고 온 것을 또 후회하고...
9년 전에 왔을 때는 밧데리가 다 되어 줌으로 못 땡긴 사진만 있는데...
이번엔 폰 사진으로 찍어야 하고...
어설프지만 눈으로는 동해 일출을 양껏 봤습니다.
누가 어제 그렇게 폭우가 내렸다고 말하겠습니까?
대청봉에 저렇게 사람 없을 때 사진 찍어봤나유? ㅎㅎ
이 사진 두고두고 후회합니다.
마눌 새로 찍자고 했는데...
춥다고, 바람에 날려갈 것 같다고..
전에 대청봉 사진 있다고...
마 내려가자고....
불쌍한 최제여! ㅜㅜㅜ
정상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살 것 같습니다.
어찌 그리 심한 바람이 부는 것인지...
멀리 환한 중청대피소가 보입니다.
이제 설악의 산들도 확실히 시야에 잘 들어옵니다.
빙 돌아있는 공룡능선!
새벽 3시에 봉정암에서 나서서 저리로 간 팀들도 있었습니다.
여기 오면 반드시 찍는 고사목
여긴 구상나무도 1미터 정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는 잣나무도 눈잣나무라하여 겨우 50cm 높이로밖에 안 자랍니다.
중청대피소에 돌아왔을 때가 6시 50분 경
기온은 1도 가량인데 풍속은 8m이면 체감 온도는 -8도입니다.
일출 시간 때 대청봉은 거의 0도였을 테고
풍속은 10정도였다고 하면 체감 온도는 족히 -15도는 되었을 터
그래도 추위보다는 그노무 바람 때문에... ㅜㅜ
아무튼 배낭 두고온 소청대피소까지 다시 가야합니다.
봉정암 - 소청대피소 - 소청3거리 - 대청 - 소청대피소 - 소청3거리
요거만도 4.3키로가 됩니다.
느긋하게 소청에서 누룽지와 라면 등을 먹고오니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사진으로 설악산을 구경하시고...
12시 방향에 있는 조그만 바위가 울산바위입니다.
사진은 도저히, 그것도 작은 똑딱이는 결코 사람 눈을 못 따라온다는...
단풍이나 보면서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갑니다.
거꾸로 올라오는 희운각에서 소청까지의 거리는 1.5키로가 2시간으로 잡습니다.
그러면 그 경사가 얼마나 심한지 짐작이 가시죠?
내려가는 길에 조심하라고 엄청나게 공갈을 많이 쳤는데...
생각보다 편했습니다.
어려운 곳은 곳곳에 계단을 설치해 두었더군요.
그래서 단풍 구경하면서 내려왔습니다.
희운각에 왔을 때는 11시가 좀 넘었네요.
아래로 아래로만 내려왔네요.
눈 아래 보이던 영봉들도 이제는 쳐다봐야겠습디더~
여성분들은 대피소 쉴 때마다 커피 한잔하면서 그동안에 폰 충전하고 옵디더~ㅋㅋ
뭐 그리 배터리를 많이 쓰는지....
여기서 나뉩니다. 공룡 - 마등령으로 갈 사람들과
양폭, 비선대, 소공원으로 난이도 쉬운 코스로 갈 사람들로...
우린 당연히 쉬운 곳으로...ㅋㅋ
계단이 없는 곳은 로프를 매놓기도 했고요.
기묘한 암봉들을 구경하는 재미로...
단풍과 암봉과의 조화!
단풍이 많이 들었지요?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습니더~ㅋㅋ
모르면 어떻습니까? 마음이 즐거운데....
요건 천당폭포 같네예~
여기 오면 천당을 느낀다고 부쳐진 이름.
쭈~욱 다리가 잘 놓여져 있습니다.
드디어 양폭대피소에 도착합니다.
요때가 12시 40분입니더!
여기서 비선대까지 3.5k, 소공원까지 6.6k
평탄한 길이지만 배가 제법 고파옵니다.
여기서 밥을 먹습니다.
대피소에 저 햇반 1개 3천원 데워줍니다.
드디어 마지막 부식과 반찬을 꺼냅니다.
남은, 아니 아껴둔 소주도 여기서 다 해결합니다. ㅎㅎ
그래두 아직 안주는 제법 있네요.
소세지, 만들어간 수제 육포...과자 종류 등..
굶어죽을까봐 어지간히 사들고 왔습니다. ㅋㅋ
양폭을 보시고 이제 여유있게 내려갑니다.
중간에 오다가 찬물에 발도 좀 식히고...
사자바위도 돌아보는 여유도 가지고...
하늘도 너무나 좋습니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입니다.
부산 사람들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오면 반드시 보는 비선대입니다.
예전 와선대는 큰 너럭바위였는데 바위가 많이 파손되었나 봅니다.
드뎌 신흥사에 도착합니다.
드디어 산행이 끝났습니다.
요때가 4시 30분이었으니 거의 12시간을 걸었습니다.
아니 중간에 밥 먹고 논 시간은 빼야겠지만
여하튼 설악산에서 12시간 있었습니다.
다리가 뻐적지근합니다.
우리 차 있는 곳까지 택시 타고 가서
- 요때는 택시 미터 작동하지 않고 흥정해서 가네요. 가까운 거리인데 8천원 달라고 하네요.
뭔가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오늘 설악산이 다 용서해주라 합디더!
근처 척산온천으로 몸 풀러 갑니다.
그리곤 대포항까지 회 먹으러 가려했더니 일행들이 가까이서 일단 한잔하자고 합니다.
다시 속초중앙시장으로와서
최근 뜬 문어국밥 집으로 갑니다.
일단 문어숙회 중간 것(4만원)으로 하나 시켜 소맥을 합니다.
딱 제 스턀로 삶아 왔습니다.
문어 오래 삶으면 질겨집니다.
떡 적당합니다.
크기도 적당하게 식감이 살아날 정도로 잘라왔네예!
양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문어국밥(1만원)도 시킵니다.
한우국에 시래기 넣고
문어는 미리 조금 덜 삶은 것을 냉동해둔 것 같습니다.
뜨거운 국에 다시 샤부샤부하는 것처럼...
요건 문어를 차가운 채로 먹어도 괜찮더군요.
국물은 소고기국 베이스에 문어가 가해진 맛
묘하게 시원하데예~
그리곤 술이 부족해서 시장 난전에 가서 새우튀김으로 한잔 더하고
닭강정은 1박스 뼈있는 넘(1.7만)으로 포장해 옵니다.
숙소에서 한잔 더하려고...
산행 끝났다고 디기 마십니다. ㅋㅋ
그런데 요거 반전이 있습니다. 그건 내일의 이야기로....
본래 오늘 내려갈 수도 있었으나
다들 12시간의 산행에 뒤풀이도 해야겠기에...
하룻밤 더 속초에서 자고 낼 인제로 갔다가 내려가는 것으로 계획 잡았습니다.
백수가 이럴 땐 참 좋습니다. 직장에 매여있지 않아서....
그렇게 또 낼을 향해서 피곤한 몸으로 달콤한 잠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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