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서~
월악산을 숙소로 잡은 이유?
이바구합니다.
27년 전 28살의 노처녀와 같이 살기로 했던 날이 있었습니다.
공장처럼 찍어내는 부부 탄생장 같은 예식장에서 우리의 시작을 하기 싫어
딴 곳을 여러모로 찾아봤습니다.
옛날이라 예식장 말고는 예식을 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모교 대학에서 전통 결혼도 생각해 봤으나,
그것도 축제 기간에만 가능하다고 하데예.
하릴없이 결혼식장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단 평일에 하자!
그 당시로는 획기적이었지요. ㅋㅋ
평일 결혼식을 마치고 후배, 친구, 직장동료들을 위한 뒤풀이 장소를 광안리 횟집을 통채 빌렸습니다.
이때껏 먹은 술, 그날 제일 많이 마셨습니다.
거의 인사불성으로 취해서 첫날밤(진짜 첫날밤ㅋ)을 경주 코오롱호텔을 잡았지요.
갈 때 기사 1명, 친구 부부 몽땅 5명이서 나이트를 거의 전세내다시피해서 놀았지요.
방으로 들어와선 호텔에선 소주 안 판다고 시내까지 가서 또 소주 사와서 먹다가
그냥 잤습니다.- 요거 지금까지 씹히고 있습니다.
(요긴 앞에 보이는 월악산 펜션
완전히 펜션촌으로 변했네요.)
그리곤 첫날만 호텔에서 자고 짐은 차(당시 우리는 자가용이 없었음)로 보내고
간편 복장으로 전국을 돌기 시작,
돈 떨어지면 부산으로 가자였습니다.
그렇게 돌다가 마지막으로 간 곳이 월악산의 허름한 민박집,
근데 아직도 마눌 왈
그때 그 월악산의 민박이 가장 좋았다는 것입니다. 아침밥도 젤 나았고...
물론 그날 약간의 인연도 있었지만...
우리 옆방에 노부부(아나 지금 생각하니 지금 우리 정도의 나이)가 여행을 왔더라고요.
대학교수라는 분이었는데, 월악산 스케치하러 오셨더라고요.
그 모습이 보기 좋아 우리도 저렇게 늙자 다짐했었는데....
(우리가 잔 곳 바로 옆의 김판서 고가입니다.)
해서 월악산을 굳이 다시 찾은 것이고 민박집을 알아보려 했는데,
그때 같은 정취는 없습니다.
그렇겠지요!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데....
(측광을 달리 찍었더니 색상이 오히려 좋네요.
아침 안개가 평화롭기까지 합니더!)
이제 옛날 이바구 끝!
그렇게 준비해서 7시가 안 되어 미륵사지로 출발합니다.
옆지기는 사찰순례로 여기 3번이나 와봤다고 하네요.
그러나 여명에 보이는 미륵사지는 제게 또 하나의 감동으로 와닿네요.
풍광도 시간과 계절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 아시죠?
저녁 무렵 첨 볼 때의 미륵사지 석탑은 탄성 그 자체였으나
한여름 땡볕에서 보는 그 탑은...ㅋㅋ
탑이 짜달시리 잘 생긴 것은 아니지만,
미륵불과 함께 있어 그 자체로 의미가 와닿네요.
저 멀리 단풍 든 산에 햇빛이 내려앉기 시작합니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미륵불이 미래불이라는 것과
민중들의 소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사진으로...
석등 안에 미륵불을 넣어 봅니다.
미륵불 옆의 기둥 같은 것은 예전에는 다 감실이었고,
불상을 모셔둔 곳이라 하네요.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고...
뒤에서 본 장면입니다. 탁 트인 시계가 마음을 시원하게 만듭니다.
잘 온 것 같습니다.
단풍 든 나무 하나도 보시고...
울 마나님 108배한다고 저보고 혼자 감상하고 있으라 합디더!
예, 마님! ㅋㅋ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진 찍습니다.
요때가 7시 30분쯤 되었나 봅니다.
108배 하는 시간이 15분쯤 걸린다고 하네요.
고려시대 석탑입니다.
둔탁한 느낌이지만 보물 95호입니다.
미륵불은 보물 제96호이고요.
이 불상은 본래 감실에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는 보살상입니다.
부처님과 보살은 다른 것 아시죠?
요 감실 안에 부조로 있었던 것 같다고 전문가들이 말한다고 합디더!
마눌의 108배가 끝났습니다.
뒷산에 햇빛이 많이 비추네요.
조금 더 걸어올라갑니다.
입구의 은행나무, 담주쯤이면 노랗게 완전히 물들지 싶습니다.
길가 숲에서도 햇빛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담쟁이가 제일 먼저 단풍색을 선보이네요.
사지 원터 올라가는 길에 이수도 보이고요.
원터 앞의 은행과 어우러져 신비감도 줍니다.
절터를 보니 예전엔 꽤나 넓은 절이었다는 짐작하게 합니다.
미완의 불두라고 합니다.
고려시대 지방의 부처상을 짐작하게 해주는 불두라고 하네요.
제법 올라와서 있는 고려 초기의 3층석탑.
보물급은 아니래도 산과 참 어울리는 탑입니다.
탑이 절 앞에 있는 것과는 다른 점이 있네요.
아래에서 내려본 절터, 미륵사지입니다.
요기가 하늘재 올라가는 길입니다.
월악산의 주봉인 영봉은 시간도 안 되고, 사람들도 많이들 갑디더!
'악'이 들어간 산은 험한 것 아시죠?
해서 백두대간에 있는 하늘재까지만 가려고 합니다.
여기서 갈등, 아침을 어디서 해결하지?
본래 계획은 여기서 떡국 끓여먹고 바로 올라가려 했는데...
집에서 준비해온 맛국물로 떡국까지 끓여먹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마눌이 숙소로 가서 정비하고 나오자 합니다.
어차피 예천으로 가자면 여기 주차장까지 다시 와야겠기에 숙소로 돌아갑니다.
아침 먹고나니 잠이 온다고 30분만 자겠다고 합니다.
해서 차 한 잔 타서 주변을 어슬렁거립니다.
아침의 사진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사진은 역시 빛이 만들어 냅니다.
실컷 자고 11시가 다되어 출발합니다.
바쁠 것은 없겠지요.
요 3층석탑도 아침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와닿네요.
산행시간 확인하고 가랍니더~ ㅋ
하늘재까지는 2키로 그냥 오솔길 같은 길이고요,
하늘재에서 포암산까지는 1.3키로 무난한 산행 코스이고요,
반대편 탄항산 1.9키로, 다시 부봉(913m)까지는 2.7키로는 조께 경사가 있는 산행입니다.
하늘재까지 갔다가 어떻게 할지 결정하기로...
첨에 오솔길 맞지요?
길 옆으로 계곡이 있고 이끼도 이뿌게 자라 있네요.
요때가 빼빼로입니다. 11시11분
주차장에서 걸으면 하늘재까지 2.5키로입니다.
가다가 본 버섯, 급하게 카페에 올려보라고 합니다.
뭘까요? 아랫면은 노랗게 되어 있던데...
큰비단그물버섯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독버섯이라는 분도 계시고
아무튼 채취는 안 했습니다. ㅎㅎ
단풍을 즐기면 오솔길을 걷습니다.
중간에 이런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과일 하나 깎아 먹고,
이 나무가 웬 김연아?
김연아 사진과 함께 보니 아~아! 그렇구나!
비슷하게 보이나요?
요 자세를 뭐라고 하지요? 피겨는 몰라서...
그렇게 쉬어가며 2키로 하늘재에 도착하니 이런 유허비가 있고,
요기까지 오는 시간이 1시간 20분이나 걸렸네요.
어지간히 여유를 부렸네요. ㅋㅋ
하늘재는 한울재(대원령- 큰고개라는 뜻)라고 했었다네요.
'한'이란 뜻은 크다 많다라는 뜻입니다.
조선조 문경새재가 개척되기 전까지는 중부지역으로 가는 관문이었다고 합니다.
산장이 있어서 요기나 하려했더니 찌짐이가 너무 성의없이 구버줍디더~ㅋㅋ
아래 미륵사지 주차장 앞에 산채비빔밥이 맛있다고 그리로 가기로 합니다.
해서 산행은 포기 그냥 원점회귀합니다.
옆에서 바라본 바위산이 흡사 영남알프스의 백호바위 같습니다.
그래도 전망대에서 인증 사진은 찍고....
내려가면서는 역사관찰로로 갑니다.
친구나무도 있네요.
연리지는 다른 나무들끼리 합쳐져 있는 것인데,
이건 같은 수종이 붙었다 떨어졌다 한 나무입니다.
올라오면서 보지 못한 넝쿨들도 보이고...
올라오는 길과 합쳐지니 걱정하지 마시고 가세요.
마지막 나무 계단을 만나면 원래 길과 합합니다.
이 길은 사람들이 없어서 오히려 좋습디더!
아침에 출발했던 곳으로 왔을 때는 12시 50분
1시간 40분 걸렸네요. 천천히 걸어도...
이제 월악산은 언제 다시 오려나?
언젠가는 사람들 없을 때 와서 영봉을 반드시 올라가야겠다는 다집을 하고...
월악산과 아듀~! 아후프ㅡ비더젠!
산채비빔밥 못 먹었습니다.
단체 손님이 너무 많아 개인적으로 시키려니 엄청 기다려야 한다기에...
바로 예천으로 날아가면서 식당 있으면 들어가고
없으면 용궁리에 있는 이 고깃집으로 가기로...
여기는 예전에 애들과 놀러왔을 때 고기가 맛있었다는 기억으로...
네비양이 60키로 1시간 반 이야기하는데..
1시간 만에 왔네요.
여기가 용궁면인데... 누가 순대가 아주 맛있다고 꼭 먹으라 했었는데...
마눌은 별로 즐기지 않는 음식이라....
가격은 참 착하지요.
최소 판매 단위가 400g이라 하여 등심 200, 갈비살 200g 시킵니다.
우리 2명이서 절대 400g 다 못먹습니다.
그리고 이제 입이 고급이 되었는지 예전의 맛이..ㅎㅎ
고깃집에 가서 5번 가서 3번 괜찮으면 그 집은 좋은 가게입니다.
1/3쯤 남는거 포장해서 하루 숙성해서 어젯밤 먹었더니 고기가 연해졌고
감칠 맛이 좋데예!
아마 여기는 즉시즉시 잡아서 먹는 모양,
소고기가 3~7일 지나야 제대로 된 고기맛이 나는 것을...
그렇게 점심을 먹고 회룡포로 갑니다.
가는 방법은 어떤 코스로 가는냐에 따라 주차장이 다릅니다.
우린 장안사 주차장에 주차하고 25분쯤 올라갑니다.
요건 큰아들이 커플로 사준 운동화 ㅋㅋ
여기서도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코스를 잡으면 되겠습니다.
장안사를 거쳐서
전망대까지 300m 남았네요.
마지막이 계단으로 되어 있고,
그 길 옆으로 시를 걸어두었는데....
회룡포에 관한 시를 선택하던지,
아님 자연이라도...
전혀 얼토당토 않은 시들이 걸려 있더군요.
누가 선시를 한 것인지...
주무부서에 한마디 해주고 싶데예!
산업화 시대의 시, 일제시대 친일 작가의 시.....
해서 그 중에 회룡포에 관한 시만 올립니다.
상술로 보이는 사랑의 자물쇠 거는 곳도 있고...
정자가 있는데 정자 아래가 포토 존입니다.
여기서 드디어 광각렌즈가 제 빛을 발합니다.
일반 렌즈나 스마트폰으로는 이렇게 다 안 찍힙니다.
회룡포 물 돌아가는 장면이 다 나와야 제대로...ㅋㅋ
저 밑에 뿅뿅다리가 보입니다.
이때가 3시 40분, 저 다리를 건너 회룡포 마을까지 걸어보려다가,
너무 햇볕의 길이고, 시간이...
이제는 부산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되어 갑니다.
저 회룡포 마을 걷기는 담 기회로...
마지막으로 사진 함께 찍고...
요거가 국화차 만드는 것 맞나요?
4시 20분 회룡포 장안사 주차장에서 출발!
네비양이 3시간 반 걸린다고 하는데...
주차장에 있는 관광버스 기사들 말로는 오늘은 아니라고 하네요.
엄청난 차들이 나왔다고 안동으로 가서 건천으로 국도 타고
계속 언양 국도로 가라고 충고하던데...
걍 네비양 믿고 갑니다.
많이 걸립디더!
대구 쪽에서 조금 밀리고
상동I.C에서 6키로 정도, 대동에서도 좀 밀리고...
밀양 내려서 누구한테 들러서 저녁 사달라고 조를까 하다가..ㅋㅋ
중간에 청도 새마을휴게소에서 한숨 자고
집 근처 오니 9시가 넘었습니다.
저녁하는 곳이 영 없네요.
여기로 갑니다.
순두부와 청국장
이건 심합니다.
음식의 기본이 안 되어 있습니다.
늦게 가서 그렇나?
예전엔 먹을 만했었는데...
요즘 음식점 보면 요리를 못 하는 사람이 개업을 하는 것 같은 집도 종종 봅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마인드 없이
돈만 벌어야겠다는 가게는 무조건 망합니다.
저는 묘한 것이 먹어보면 이 집이 얼마나 장사를 더할 수 있을지 대충 짐작합니다.
여태껏 대충 맞아떨어졌고요. ㅎㅎ
음식은 파는 것이 아니라 대접하는 것이다!
젤 첫날 먹은 집이 가장 흡족했던 집이네요.
이상으로 결혼 기념일 핑계삼은 1박2일 중부지역 허접한 여행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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