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족★/마눌과~

중국 삼청산 황산 트래킹 3~ 서해대협곡

 

 

황산을 예찬하는 사람들이 말하기를

태산의 웅장함과, 화산의 험준함과, 형산의 운무와,

여산의 폭포와, 안탕의 교석(巧石)과, 아미산의 빼어난 용모를

모두 갖춘 '천하제일기산(天下第一奇山)이라고들 한답니다.

바로 그 황산의 심장을 만나러 갑니다.ㅎㅎㅎ

 

이제 황산에서 두번째로 높은 봉우리 광명정(光明頂)을 향해 갑니다.

 

건너편 바위 틈새로 개미처럼 붙어서 가는 사람들 보이세요?

우리도 저렇게 올라가야 합니다.

웅장함과 험함과 기이함이 느껴지시지요?

연화봉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이제 좁은 돌계단으로 모이면서

병목현상으로 지체되기 시작합니다.

한 사람씩 통과해야 하는 좁은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다 보니

또 다시 한참을 서서 기다리다 조금씩 움직입니다.

 

통천문 같은 좁은 이 돌계단을 '일선천'이라고 합니다.

하늘로 올라가서 신선이 되는 길입니다.ㅎㅎ

광명정 위에서 사진 찍으려니

또 사람들이 복잡해서 그냥 지나치면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한 장만 찍고 지나갑니다.

 

사진 찍으면서 일행들 따라가려니, 자꾸만 혼자서 쳐지는 느낌이라

마음과 눈이 어찌나 분주하던지~~

정상 가까운 곳에 위치하는 호수 곁에 객잔이 보입니다.

깎아지른 돌산 위에 어디서 저렇게 맑은 물이 흘러 나오는지 신기하네요~

황산에 있는 두 개의 호수 중 하나랍니다.

능선을 넘어가는 길에는 다시 사람들이 흩어져서

복잡하지 않게 각자 산길을 걷습니다.

 

이제 우리도 백운 객잔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어야합니다.

꼭대기에 올라온 가마꾼들이 다시 타고 내려갈 손님들을 기다립니다.

중국에서 여행 온 젊은이들의 복장과 신발입니다.

저런 신발을 신고, 엄청나게 험한 돌산을 올라오네요.

나중에 밤이 되면 아마도 발바닥이 화끈거리지 싶은데~~

복작거리는 사람들의 터널을 뚫고, 마침내

우리가 점심 먹을 객잔이 보입니다.

백운객잔에서 우리 일행들의 점심을 준비해 두었답니다.

가다 보니 뒤쳐졌는지 우리가 거의 꼴찌로 도착해

일행들은 거의 식사가 끝난 상태였습니다.

얼른 화장실 한번 다녀와서 정신없이 밥 한 그릇 먹었습니다.

 

산꼭대기까지 식재료들 지고 온 것들이라

아래쪽에서 먹던 것이랑 내용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엄청 비싸지 싶습니다.

 

원래는 도시락을 준다고해서, 밑반찬 한 가지씩 챙겨 왔는데~~

사진 찍을 틈도 없이 바쁘게 먹고 서둘러 나왔습니다.

연화봉 오르면서 아주 멀리서 보았던

축구공 모양의 심볼을 올려놓은 객잔 앞을 지나갑니다.

 

황산의 산꼭대기에 있는 모든 객잔들은

아래쪽의 일류호텔보다도 숙박비가 엄청 비쌉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재료들을 지게꾼들의 지게로 날라다가

건축물을 완성하다 보니, 시간도 엄청 걸리고

돈도 무지하게 많이 들었겠지요.

그러니 당연하게 숙박비도 비싸게 받아야 수지가 맞을테고요~~

황산을 오르내리는 지게꾼의 모습입니다.

대략 80Kg의 짐들을 지고 오르내린답니다.

일반 성인 남자들도 이 지게 지고는 일어서지도 못한다네요~~

놀라운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 아니면, 객잔도 지어지지 못했을 것이고

산에서 식사도 할 수 없었겠지요.

위대한 인간의 힘~!

또한 한 켠에서는 아직도 돌계단을 열심히 만들고 계십니다.

 

오른쪽 천막 안에서는 굉음을 내며 돌자르는 기계가 돌아가고

잘려져 나온 돌들을 일일이 이렇게 하나씩 붙이면서

4만 개가 넘는 계단을 만들었답니다.

 

물론 더러는 자연의 돌을 파고 들어가면서

돌계단을 만들기도 했고요~~

이번에는 너무 서둘러 온 탓인지

우리 일행이 갈림길에 일찍 도착했습니다.

 

초록점이 있는 곳에서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니,

대장님이나 가이드가 올 때까지 기다렸는데

우리 짐작처럼 군봉정 들러 비래석으로 간답니다.

군봉정에서 내려다 본 동글동글 상투 같은 봉우리들입니다~~

돌아보니, 아까 지나온 객잔들이 보이네요~~

기묘하게 뾰족 솟아오른 이 봉우리가 '합작봉'이랍니다.

 

어둔 골짝 사이로 하늘 빛이 예술입니다.

뾰족한 바위 끝으로 찌르면

푸른 물이 주르르 흘러 내릴 것 같네요.ㅎㅎ

왼켠으로 서해대협곡을 끼고 걸어갑니다~~

어찌나 웅장하고도 깊은 지,

돌 하나 집어서 던졌더니, 소리도 안 들립니다.ㅎㅎ

 

굽이굽이 깎아지른 바위들이 눈으로도 따라가기 어렵네요~~

잠시 후에 우리는 서해대협곡의 속살을 만나러 내려갑니다.

높이 15m의 돌덩이가 어디서 날아온 듯이 서 있는 <비래석>입니다.

 

바위 안쪽으로 사람들이 손을 대고 있는 모습 보이지요?

 

가이드의 얘기로

바위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답니다.

남자는 왼 손, 여자는 오른 손으로 세 번씩~!

 

저는 친구 사진 찍어주고, 비래석 사진 남기는 것으로 대신으로

또 지나갑니다.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각자 이름이 있겠지만,

불러주지도 못하고 그저 눈인사만 하며 지나갑니다.

가파른 산길로 손님을 태우고 올라오는 지게꾼의 표정과

온몸에 흐르는 땀이 삶의 고달픔을 보여줍니다.

소곡정(嘯谷亭)이란 정자 곁은 지나갑니다.

 

이름대로 앉아서 휘파람 한 소절 불고싶은

좋은 경관을 눈아래 두고 있었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 서해대협곡을 만나야하기에

차선의 경치들은 대충 지나가기로 합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이렇게 돌로 쓰레기통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황산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라서

금연이 엄격하고, 쓰레기도 함부로 버리지 못합니다.

 

무질서한 중국 사람들도 대체로 황산에 와서는

나름의 질서를 지키는 듯 보였습니다.

쓰레기 치워가는 분도 보였습니다.

그래선지, 쓰레기가 차고 넘치는 곳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중국의 모든 곳이 황산처럼만

질서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았습니다.

드디어 이 갈림길에서 우리는 서해대협곡으로 들어섭니다.

 

앞서 황산이 설악산의 3배쯤 되는 크기라고 했던 것 기억하시지요?

서해대협곡을 모두 탐험하려면 대충해도 2박 3일쯤은 걸립니다.

설악산 하나만한 크기니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겨우 2시간입니다.

그것도 너무 험준해서 가지 못하는 일행이 더 많았습니다.

이 쪽을 택한 일행이 10명쯤 되었지요.

 

가이드는 가지 않는 일행을 인솔해서 운곡케이블카 쪽으로 떠나고

우리는 풍운아 대장님을 따라 신속하게 움직이기로 합니다.

이때 시간은 1시 40분경입니다.

입구쪽으로는 조금 편한 길이 이어집니다.

사람들이 무리지어 사진을 찍고 있는 이 곳이

정인곡(情人谷)으로 불리는 비취계곡입니다.

영화 <와호장룡>의 촬영지로도 유명하지만,

연인들이 사랑을 이루는 계곡으로 더 알려져 있다고 하네요.

정인곡에 묶어둔 사랑들이 다 이루어지기를 빌어주며 지나갑니다.

한낮에도 아직 운해가 가득한 첩첩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계곡 사이를 보노라니

사람 하나가 창해일속(滄海一粟)으로 느껴집니다.

설악산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황산이 훨씬 험준하다고 편들어 주면서

풍광에 자꾸 빠져들어 갑니다.

그런데 이런 풍경들도 아직은 전초전입니다.

아직 협곡의 입구로 들어서지 못했습니다.

황산은 대체로 산의 아래쪽에는 대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위쪽으로는 소나무가 군락을 이룹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잎이 넓고 키가 낮은

황산의 특이한 변종소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소나무 틈 사이로 가끔 잡목도 보입니다.

밤낮의 급격한 기온 차이로 잡목들은 단풍이 들었습니다.

늘어진 소나무를 받쳐주고 있는, 멋스러운 지지대도 봅니다.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오르내린 뒤에야~~

우리는 드디어 서해대협곡으로 들어갑니다.

까마득한 지하 동굴 같은 곳으로 하염없이 내려가네요~~

주상절리의 수직으로 깎아지른 바위 아래쪽으로 가려니

이런 관문을 통과해야겠지요~~

계곡 아래로 굽이치던 능선들이

이제 거의 눈높이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깎아낸 돌틈 사이의 쇠문을 통과합니다.

까마득한 벼랑 아래쪽을 향해 모두들 조심조심 내려갑니다.

거대한 협곡의 허리쯤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드는 곳입니다.

한없는 돌계단을 내려가다, 잠시 숨을 돌리며 돌아보는 곳에는

암벽 사이에 뿌리내리고 살아남은 소나무들이

물결치는 듯한 줄기로 살아남아 탄탄한 웃음을 보내줍니다.

 

황산의 이 소나무들을 오래도록 기억하지 싶습니다.

끝없이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곁으로

이렇게 잠시 숨돌리고 쉬어가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천 길 벼랑 아래를 내려다보는 눈과 마음은

사람을 한없이 겸손하게 만듭니다.

 

자연이 인간에게 가장 큰 스승이라는 말을

저절로 공감하게 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길이 끊어지는 곳에는, 다시 이런 잔도를 만들었고

우리는 점점 협곡의 허파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 갔습니다.

 

날씨는 더없이 청명했고, 바람 한 점 없는 협곡의 심장은

다시 한여름을 느끼게 했습니다.

 

하루의 기온 차이가 13도~30도 사이를 오르내린다고 하니

겨울에서 여름 사이를 오가고 있었던 것이지요.

서해대협곡이 만들어내는 대자연의 장엄한 오케스트라에 빠져

우리는 점점 신선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계단 위에서 살짝 뒤꿈치를 들면

깎아지른 수직의 주상절리를 따라

훨훨 날아갈 것만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두려웠던 엄청난 높이가

자꾸 가다보니, 그만 동화되어 버린 것입니다.

 

한동안 먹먹하던 귀도, 아주 깊은 물속에 잠긴 듯한 느낌으로

꿈 속을 자꾸만 걸어가는 비현실감이 들었습니다.

왼쪽의 아래쪽에 보면, 희미하게 철로 같은 것이 보이지요?

 

아직 완공이 덜 된, 서해대협곡 속살을 누비며 볼 수 있는

산악협철 같은 것이 놓여지고 있습니다.

저것이 완공되면, 황산의 가마꾼들이 없어지지는 않을까요?

 

공연한 걱정을 해 봅니다.ㅎㅎㅎ

까마득한 벼랑 위에, 이런 포토라인이 있었습니다.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자리에서

이렇게 까불고 사진 찍다가, 친구와도 헤어졌습니다.

 

사진 찍어준 일행이랑 헤어지지 않으려고

카메라도 그만 접고 열심히 따라 붙었습니다.

풍광에 빠져 있다가, 다시 갈림길 앞에서

우리는 대장님도 잃어버리고 난감해졌습니다.

 

우리의 위치가 서해대협곡의 어디쯤인지도 지도상으로 나타나지 않고

일행들과 만나야 할 운곡케이블카도 지도상에는 없습니다.

시간이 얼마 걸리는 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남아있는 일행들끼리 잠시 의견을 모았습니다.

운곡 케이블카 정류장까지 4시에 도착해야 하니

이 정자를 돌아서 우리는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이때 시간이 3시쯤 되었습니다.

아쉽지만, 이제 다시 끝없이 내려왔던 돌계단을 올라야합니다.

중간중간에 이렇게 돌확에 손 씻을 물도 담겨 있었고,

앉아서 쉬다가 갈 돌의자도 있었습니다.

한낮의 돌의자는 햇볕의 온도로 데워져

앉아보면 엉덩이가 따뜻하니 좋았답니다.ㅎㅎ

 

이때부터는 한눈 팔지 않고

일행의 꽁무니를 따라 경치에 눈 주지 않고 걸었습니다.

가다보니, 태평케이블카 앞에 도착해서

운곡케이블카로 가는 길을 물었더니

거의 한 시간을 걸어가야 한답니다.

 

다행히도 다른 한국사람들을 인솔하던 가이드가

우리 가이드에게 전화를 해 줘서

우리 일행의 무사함을 전하고,

최대한 빨리 나머지 일행들과 합류하겠다는 상황을 전했습니다.

앞 사람 따라서 뛰듯이 가다 보니,

황산에서 가장 크다고 하는 <서해객잔>앞을 지나 갔습니다.

이 모든 건축재료들을 지게꾼들의 지게로 날라다 짓는다고

8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하네요~~

인내심으로는 중국 사람들 이길 민족이 없을 듯 합니다.

여기에서 잃어버린 일행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남북가족 상봉하듯이 반가워서 난리를 치며 또 걷습니다.

씩씩하게 일열로 걸어오고 있는 분들이 모두 일행들입니다.

젤 뒤쪽에 풍운아 대장님도 보이네요~!ㅋㅋ

드디어 한글 표기된 표지판을 만납니다.

운곡케이블카 타는 곳 가까이 왔습니다.

서해대협곡의 풍광에 빠져 황산미아 안 되고

무사히 내려갈 것 같아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케이블카 타기 전에,

황산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한 장 찍었습니다.

다시 봐도, 쾌청한 하늘은 우리를 행복하게 했지요~!

 

우리 일행이 거의 마지막으로 케이블카에 탔지 싶습니다.

기다리던 가이드의 표정이 아주 어두웠지요.

케이블카에 대장님이랑 마지막으로 타고 내려오며 들으니

케이블카 정거장에서 황산입구까지 태워다주는 버스가

5시에 끊어진다고 하네요~~

그래서 케이블카는 4시 30분이 마지막이라고~~

조금만 더 늦었으면 황산에서 잘 뻔 했답니다.

 

그리고, 아까 중간에 태평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면

운곡케이블카 정거장에서 2시간 30분 버스를 타고 더 가야 한답니다.

거기서 오늘밤 우리 숙소인 상해까지 가려면

8시간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천지분간 못하고 경치에 빠져 있다가는

정말 낭패볼 뻔 했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설악의 용아장성처럼 웅장했던, 아니 훨씬 더 웅장했던 황산

영실에서 백록담 올라가는 코스의 오백장군봉처럼,

아니 그 보다 훨씬 더 기암괴석을 이루었던 황산을 떠납니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으로

황산의 아주 일부만 보고도 정신을 잃어버릴 만큼 좋았던

황산을 언제 다시 오게 될는지~~

아침에 그토록 사정없이 북적였던 버스정류장은

마칠 시간이 되자 썰물처럼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버스만 질서정연하게 남아 내일을 기다리네요.

황산 트레킹 3부는 여기서 마칩니다.

 

이제 마지막 4부만 남았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