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일 새벽 5시 30분에 기상해서 또 준비합니다. 황산을 만나러 간다는 설렘으로 재빠르게 베낭을 챙겼습니다. 황산은 중국의 10대 풍경명승지의 하나이며, 산악 명승지로는 유일합니다.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과 자연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중국 자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산입니다. 명나라 때의 여행가이자 지리학자였던 쉬씨아커란 분이 말하기를 "오악을 다녀오니 다른 산이 산 같아 보이지를 않았고, 황산을 보고오니 오악이 악다워 보이지를 않았다."고 했답니다. 참고로 중국의 오악은 동악의 태산, 서악의 화산, 남악의 형산, 북악의 항산, 중악의 숭산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김만중의 <구운몽>이란 소설의 배경이 남악 형산으로 등장하는 것을 다들 기억하지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악(岳)이란 이름이 붙는 산들은 대체로 험합니다. 설악산, 화악산, 관악산, 모악산, 감악산...
아침은 이렇게 간단하게 먹었습니다.
펄펄 날리는 앞의 볶음밥 보다는
저기 뒤쪽에 있는 김밥 같이 생긴 것이 '찰밥김말이'라
쫀득한 맛이 훨씬 나았답니다.
계란후라이 하나 먹으려니, 줄이 어찌나 긴지
그냥 삶은 계란 하나 들고 왔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질서의식이 희박하고 정말 시끄럽고
식당안에서도 담배를 마구 피웁니다.
한국의 남자들은 그래서 여기가 천국이라고 합니다.
아무데서나 마구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천국~!ㅎㅎㅎ
7시 출발해서 8시경, 황산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황산엔 케이블카 타는 곳이 세 곳이나 있어
각각의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 버스를 다시 타야 합니다.
(참고로 황산의 크기가 설악산의 3배 정도 됩니다.)
여기서부터 줄서기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때마침 토요일이라 황산의 절경을 만나려고 중국 사람들도 엄청나게 왔습니다.
어리버리하다가 민폐 끼칠까봐, 정신 바짝 차리고 일행들 따라갑니다.ㅎㅎ
드디어 우리도 버스를 타고, 케이블카 정거장까지 갑니다~
옥병케이블카 정거장까지 약 20분 정도 걸립니다.
중간쯤 있는 정류소에서 개인적으로 여행 온
외국인들이 서너 명 다시 탔습니다.
운곡사쪽를 지나가지만, 나중에 내려올 때는
운곡케이블카 정거장으로 와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저도 나중에 길을 잃어 태평케이블카 정거장으로 갔다가
황산 미아가 될 뻔 했답니다.ㅋㅋㅋ
황산에서 운행하는 케이블카는 크게 세 곳이 있습니다.
전산(前山)으로 오르는 옥병케이블카,
후산(后山)으로 오르는 운곡케이블카,
그리고 북문(北門)으로 오르는 태평케이블카.
케이블카 정거장에서 내리니, 다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얼른 화장실에 갔다가, 일행들 꽁무니 놓치지 않으려고 따라 붙었습니다.
이런 시그널을 베낭에 붙인 분들이 모두 우리 일행들입니다.
중국의 공중 화장실은 인도의 것과 똑 같았어요~~
단지 인도에는 왼쪽에 수도꼭지와 물바가지가 함께 있었고
중국에는 휴지는 없고 달랑 변기만 있습니다.
그래도 북경 올림픽 이전에는 이런 것도 없어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이 화장실 문제였지요~~ㅎㅎ
아무튼 중국 여행 갈 때는 휴지는 꼭 챙겨가세요~!
케이블카 타러 가는 중간에 있던 사찰인데
급하게 지나가는 길이라 참배도 못하고 사진만 한 장 찍었답니다.
다시 케이블카 타기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관광객들도 많았지만, 주말이라 중국 각지에서 몰려온
중국 사람들의 수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가이드의 가르침대로, 먼저 달려가서 줄부터 서 있으면
입장권이랑 케이블카 티켓 끊어서 나눠준다기에
착하게 뛰어가서 줄부터 섰답니다.
여기에서는 그야말로 1분 사이에 100명 이상이
줄을 서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잠깐 딴 곳에 정신 팔다가는,
일행들하고 아주 멀리 떨어져버립니다.
줄서서 기다리는 동안에 알게 된 사실은
신발이나 복장을 보고 한국인과 중국인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중국인들은 거의 대부분 편한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었고
한국 사람들은 에베레스트 정복하러 갈 스타일로 차렸다는 것~!
그러니까 여기 보이는 분들은 대부분 중국인들입니다.ㅋㅋ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우리도 케이블카를 탔습니다.
여기 보이는 아가씨처럼 황산에 오면서
짧은 바지나 미니스커트 입고,
구두 신고 오는 아가씨들 더러 있었어요~~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알게 됩니다.ㅎㅎ
케이블카로 15분쯤 올라 갔습니다.
그야말로 깎아지른 절벽 위로 한참을 올라가는 바람에
귀가 먹먹해지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수많은 케이블카들이 끊임없이 오고 갑니다~
황산을 제대로 볼려고 황산에서 2박 3일을 다녀야 한다고 하지만,
대체로 핵심만 보고 하루만에 그냥 돌아간다고 하네요.
우리의 하루 일정을 대충 살피면 이렇습니다.
옥병케이블카로 올라서 - 영객송, 송객송 - 연화봉 - 서해대협곡 - 광명정 -
비래석 - 서해객잔 - 백아령 - 운곡케이블카로 내려옴.
먼저 도착해서 나머지 일행들을 기다리며
또 주변의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옥병케이블카로 도착한 옥병루에서 보이는 풍경들입니다.
흔히들 황산의 전산(前山)은 웅장하고,
후산(後山)은 빼어나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웅장한 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곳의 고도가 약 1,600m쯤 됩니다.
이때 시간이 9시 30분쯤 되었는데도,
아직 산 아래로 안개가 자욱합니다.
황산의 사절(四節)이라 하면,
기이한 소나무들 - 기송(奇松)
특이한 모양의 돌들 - 괴석(怪石)
한 해 250일 이상 자욱한 안개와 구름 - 운해(雲海)
그리고 버스를 타고 올라올 때 만났던 - 온천(溫泉)입니다.
여기에 겨울철 소나무 위로 내려앉은 눈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하여 설경(雪景)을 포함하여
오절이라고 합니다.
일행들 만나, 가이드 따라 20분쯤 걸었습니다.
800년 이상 묵었다는 소나무 한 그루 - 영객송(迎客松)
너머로 깎아지른 천도봉이 보입니다.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꼭대기에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여기에도 아주 북새통이라 사진 한 장 찍으려면
정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바위에 새긴 글씨 보이지요?
운해기관(雲海奇觀)이란 글씨~~
'날마다 구름 바다의 아름다움을 보는 곳'이란 뜻으로 해석하면 편할 듯~~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겨우 한 장 깔끔하게 건진 사진입니다.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다 보니,
아주 긴 세월 - 800년이 넘어도 이 정도 밖에 자라지 못했네요~~
멀리 봉우리에 있는 소나무 우측으로
깨알처럼 찍힌 사람 보이시나요?ㅎㅎ
천도봉은 황산의 여러 봉우리 중에서도 가장 험준하여
새들도 내려앉기가 어렵고, 원숭이들도 오르기를 꺼렸다고 합니다.
우리는 천도봉 쪽은 포기하고 연화봉을 향해 갑니다.
연간 200일 이상 비가 오고,
250일 이상, 안개가 자욱하다는 황산이
이날은 정말 기가 막히게 맑고 화창한 날씨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하늘빛깔 좀 보세요~~
구름 한 점 없이 투명한 호수 같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는 것을 당연한 생각으로 견뎌야겠지요.
이 소나무는 영객송과 짝을 이루어
송객송(送客松)으로 불리는 소나무로
우리에게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내 평생에 다시 못 만날 것 같은 생각에
나무 둥치 한번 안아주고 손도 흔들면서 급하게 또 떠났습니다.
이제 우리는 황산의 최고봉인 연화봉(1865m)을 만나러 갑니다~~
이제부터 쪼매 고생길이 시작됩니다.
황산에는 모두 72개의 봉우리가 있다고 합니다.
36개의 큰봉우리와 36개의 작은봉우리가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봉우리가 <연화봉>이라고 하네요.
두번째가 광명정(光明頂 1860m)
세번째가 천도봉(天都峰 1810m)입니다.
온통 돌산이다 보니, 모든 길이 흙길은 하나도 없습니다.
끝없는 돌계단과 돌길을 걸어야 합니다.
황산의 기후는 대체적으로 아열대계절풍 기후쪽입니다.
산이 높고 계곡이 너무도 깊어 기후의 수직변화가 일어나지요~~
계곡의 습하고 온난한 기후가
산위로 올라갈수록 한랭해지는 기후와 만나면
계곡에서 증발되던 습기가 이내 운무로 변해
계곡을 채우고 웬만한 낮은 산들을 덮어 버립니다.
이것이 일 년의 250일 이상을
황산을 덮어버리는 운해가 되는 것입니다.
날씨가 쾌청한 것은 좋았지만,
숲이 아닌 돌길을 햇살 아래 계속 걷다보니
덥기도 하고 땀을 엄청 흘렸습니다.
황산은 가면서 경치를 보지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워낙에 지세가 험해서
경치를 보면서 가다가는 사고가 나기 마련입니다.
가다가 서서 사진 찍고, 가다가 뒤돌아보면
홀연히 나타나는 장관을 이루는 풍경들이
한참을 넋을 놓게 만들고는 했답니다.
네 발로 기다시피 올라가다가,
힘 들면 잠깐 앉아서 바람을 맞이합니다.
잠깐이면 또 땀이 다 식어서 열심히 올라가고는 했지요.
아~~ 하늘빛을 다시 봐도 감탄입니다.
어쩜 저린 빛이 나올 수 있는 지~~
헉헉거리며 오르다가 잠시 뒤돌아보면 놀라운 풍경이 보입니다.
언젠가 설악산을 오를 때, 하늘과 닿아 있던 산꼭대기가
점차 내 눈과 높이가 같아질 때의 희열이 이렇지 싶습니다.
우리나라 설악산이나 금강산의 산세와 많이 닮았다네요~~
그러나 웅장함이나 수직의 깎아지른 절벽은,
도저히 황산하고는 비교가 안 됩니다.
우리랑 한 팀이 되어 오르던 일행이
돌을 깎아서 계단을 만들었는지
만들어다가 붙였는지를 많이 궁금해하더군요~~ㅎㅎ
더러는 파서 만들기도 하고,
더러는 만들어서 붙이기도 했답니다.
요 부분은 파서 들어간 부분이지요?
수직의 깎아지른 절벽을 타고 얼마나 오르고 또 올랐는지~~
돌아보면, 또 첩첩의 능선이 끝없이 이어지고,
통천문 하나 지나갑니다.
저기 멀리 산꼭대기에 지어진 객잔 보이시지요?
문득 그리스 마테오라의 공중수도원 생각이 납니다.
여기서는 모든 건축물들이
지게꾼들의 지게 위에 얹혀온 자재들로 지었답니다.
대단한 인내와 끈기를 가진 민족이지요~~ㅎㅎㅎ
이 바위 우리끼리 '하마바위'라고 이름 지으면서 지나갑니다.
저기 멀리 축구공 하나 지붕 위에 올려놓은 객잔도 보입니다.
저런 곳에서 하룻밤 자고, 새벽의 일출을 보고 싶었는데~
저랑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ㅠㅠ
또 가파른 돌계단을 오릅니다~~
끝까지 올라가면 천국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싶을 만큼~~
끝이 없고도 까마득합니다.
사람의 힘으로 이 많은 계단을 만들어 낸 중국사람들의 저력~!
감탄을 하며 또 올라갑니다.
정말 가파른 이런 계단을 오를 때는
경치 보지 말고 계속 올라가야 합니다.
내려다보면, 까마득한 벼랑 아래로
탄성을 지를 경치가 손을 흔들어 줍니다.
또 하나의 통천문을 지나갑니다~~
통천문 지나기 전에,
어리버리한 중년의 두 여인을 잘 챙겨서
황산미아 되지 않고 잘 돌아오게 해 준
우리의 수호천사, 두 박사님 한 장 찍어줍니다.
친구끼리 모처럼 입사 25주년 특별휴가 받았답니다.
길이 참으로 여러 갈래인데도~~
중국의 표지석은 잘 이해를 못하겠습디다.
그래서 그냥 또 일행들 꽁무니 따라갑니다.
뒤돌아보니, 끝없는 저 길을 내가 걸어왔습니다.
이제 황산 제일봉 연화봉 입구까지 왔습니다.
<연화봉>이라고 새긴 표지석 앞에서
모두들 사진 한 장씩 찍으려다 보니
이렇게 줄을 서서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입니다.
'기다림'에 약한 한국사람들에 비해
중국사람들은 정말로 잘 참고 견딥니다.
땡볕에 대부분이 모자도 안 쓰고
불평없이 잘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좀 시끄럽습니다.
내려다보는 저 쪽의 산 굽이굽이를 내가 다 걸어왔다고 생각하니
정말로 엄청 뿌듯했습니다.
중국에는 남자분들이 머리를 빡빡 밀고 다니는 사람이 많더군요.
왜 그런지 물었더니,
아마도 날씨가 더워서 그럴거라고 하네요~~ㅎㅎ
20분쯤 기다린 끝에~~
드디어 우리도 좁은 연화봉 정상으로 올라 섰습니다.
정상 표지석 앞에서 일행에게 카메라 넘겨서
얼른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끝없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생각에
어정거리고 있을 수가 없었지요~~
연화봉 정상 난간에 이렇게 사랑을 묶어두고 간 많은 연인들은
다 사랑을 이루었을까요?ㅎㅎㅎ
이제 다음 봉우리 광명정을 향해 또 열심히 내려갑니다. 사진이 너무 많아 여기서 2부 마칩니다~ 3부로 연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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