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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마눌과~

마눌의 삼청산, 황산 트래킹 1

 

 

긴 시간 벼르던 백두산트레킹이 무산되고

대신 선택한 중국 황산 트레킹을 위해 떠났습니다.

 

살아가다 가끔, 삶이 지루하거나

뭔가를 정리하고 싶을 때, 사람들은 훌쩍 떠나고 싶어 합니다.

이번에 저의 경우는 후자 쪽이지 싶습니다.ㅎㅎ

 

 

10월 10일 오후 5시 50분발 예정이던, 상해항공 비행기가 조금 지연되어

6시 20분경 이륙하여 상해공항에 7시 40분 도착했습니다.

북경 표준시로 바꾸어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돌립니다.

 

6시 40분, 공항에서 현지 가이드 미팅하여

황산으로 떠나기 전, 간단한 일정과 설명을 듣고

고속도로로 5시간 30분을 달려 황산으로 가야하기에

공항 가까운 식당에서 일단 저녁을 해결하러 갔습니다.

 

밤이라 불빛만 찍히는 식당에 들어갑니다.

 

소위 '현지식'이라 불리는 음식들이 나옵니다.

갑자기 예약을 한 탓인지, 음식 나오는 속도가 느린데 비해

한국 사람들 성질이 급해, 반찬 다 나오기도 전에

식사가 다 끝난 상황입니다.ㅎㅎ

 

중국의 남쪽은 고온다습한 지역이라 한 해 삼모작이 가능하답니다.

해서 쌀은 펄펄 날아다니는 안남미밥입니다~~

뭉쳐지지 않고 한 알씩 따로 놉니다~

반찬도 간이 많이 짭니다.

 

쌀국수가 뒤에 나오고~~

 

버섯이랑 파 볶음~

 

감자랑 말린 고추 볶음~

대체로 현지식은 밥 한 가지에 국 한 가지,

그리고 반찬이 8~10가지 정도가 나옵니다.

 

이 집 음식은 엄청 짜서 대충 먹었습니다.

기내식 먹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아, 사실은 배가 고프지도 않았거던요.

 

고속도로 5시간 30분을 달려 호텔에 도착하니

새벽 2시가 넘었습니다.

근데 새벽 5시 모닝콜 넣는답니다~~ㅠㅠ

 

대충 짐 풀고 그냥 잤습니다.

이틀동안 묵었던 <미려원 호텔> 친구랑 둘이 잔 방입니다.

넓지는 않아도, 새단장을 해서 깔끔하고

둘이 자기에 별 불편함은 없었답니다.

 

10월 11일 새벽, 5시에 일어나

6시에 아침 식사하고, 6시 30분에 삼청산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빡빡한 일정에 잠이 모자란 사람들이

모두 차 안에서 잠에 골아 떨어졌습니다.

 

삼청산은 황산이 있는 안휘성 아래쪽의 강서성에 있습니다.

황산 가기 전에 다리 운동하러 가는 산이라 보시면 됩니다.

 

근데 8시쯤 되자, 삼청산 쪽으로 안개가 너무 자욱해서

고속도로 통제를 하기 시작했답니다.

진입을 하기 위해 이렇게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결국 버스를 돌려 역주행해 돌아 나왔습니다.

오래 걸리긴 해도, 국도를 이용해서 가는 방법밖에 없답니다.

 

10시가 넘어야 진입을 시작할 예정인데~~

그것도 그 시간이 돼야 안다고 하니

2시간 이상을 길 위에서 마냥 기다릴 수가 없었지요.

성질 급한 한국 사람들에게는 거의 도 닦는 여행이 되지 싶었습니다.ㅎㅎ

 

우여곡절 끝에 10시경, 삼청산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입구에서 단체사진 한 장 찍고 출발했습니다.

 

이번에 함께 다닌 일행분들은 총 26명입니다.

울산에 계신 현대중공업 산악팀 부부동반 10분,

포항에서 자영업 하시는 분 11살 아이 포함 10분,

그리고 부부 한 팀, 남자끼리 친구 두 분,

나머지 저랑 제 친구 둘이 한 팀, 이런 구성이었습니다.

여기에 현지 가이드와 풍운아 대장님 포함

총 28명이 함께 움직였답니다.

 

깎아지른 산을 오르는 것은 케이블카를 이용했습니다.

약 10분쯤 타고 올라 갔습니다.

금사케이블카를 타고 올랐다가

내려올 때도 같은 케이블카로 내려 왔습니다.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까마득하고 어질어질했답니다.

고소공포증 있는 분들은 아래로 내려다보지도 못하고

눈만 질끈 감고 앉아 계십니다.ㅎㅎ

 

케이블카는 대당 8명씩 탈 수 있어

우리 일행 총 28명이 도착하려면,

한참 기다려야 합니다.

 

해서 여기저기 사진 찍으며 경치를 감상하다가~~

일행들이 다 만난 뒤에야 출발했습니다.

 

삼청산의 트레킹은

동해안 풍경구, 서해안 풍경구, 남청원 풍경구로 나누어 할 수 있지만,

우리 일행들은

삼청산의 중심이라는 동해안 풍경구로 올라갔다가

너무 아름다워 거기서 죽고 싶다고 한다는

서해안 풍경구로 내려오는 여정을 잡았습니다.

 

흙길은 하나도 없는, 인위적으로 만든 잔도를 걸어갑니다.

 

가다가 돌아보면, 끝없는 능선이 굽이굽이 이어지고

또 산과 산이 첩첩이 겹을 이루며 시야에서 멀어집니다.

 

아침에 삼청산을 뒤덮었던 안개들이

아직도 희미한 자락을 완전히 걷어가지 않았지만,

날씨는 참으로 쾌청하고 탄력있는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깎아 지른 절벽 위에도 길은 어김없이 이어지고~~

길을 걸으며, 길을 만들어 준 사람들의 고마움과

삶의 고달픔에 대해 잠시 생각을 했습니다.

 

삼청산은 조금의 오르막을 빼고는

대체로 길이 평면적이고 완만했답니다.

 

기온은 서늘한 편이고, 걷기에는 그야말로 안성마춤이었습니다.

 

경치에 빠져 굽이굽이 몇 굽이를 돌고 나서야~~

 

멀리 멋지게 하늘로 솟아 오른 <코브라 바위>가 보입니다.

 

건너편 잔도에서는 아직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오고 있습니다.

 

터번을 두른 주인이 피리를 불면

바구니 속에서 똬리를 틀고 있는 코브라가

머리부터 치켜들고, 음악에 따라 몸통을 흔들며

막 일어서는 모습 같습니다.ㅎㅎㅎ

 

주변의 바위들도 우뚝우뚝 웅장하게 솟아 있네요~~

 

다시 돌아보는 건너편의 잔도는

쳐다만 보아도 발끝이 자꾸 저리고

저절로 발뒤꿈치가 들립니다.

 

삼청산에서 가장 많이 만났던 나무입니다.

중국에서는 이 나무를 뭐라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만병초>라고 합니다.

만병에 좋은 약이 되는 나무란 말입니다.

특히 잎을 채취해서 약으로 쓰지만

독성이 있어, 소량으로 잘 사용해야 합니다.

 

코브라 바위를 지나, 삼청산의 수호신이라 할 수 있는

동방여신 바위를 만나러 다시 굽이를 돌아갑니다.

 

돌계단을 오르는 곳에는 항상 이렇게

가마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이 드신 분이나, 어려서 제대로 못 걷는 아이들도 태웁니다.

 

이 날은 평일이라 그런지,

대체로 사람들이 엄청 북적대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해서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 가마꾼들이 더 많았습니다.

가마의 요금은 거리에 비례해서 받는답니다.

 

모튱이 싹~~ 도는 순간에 만난 펭귄바위입니다.

뒤뚱거리며 걷다가 부리를 하늘로 쳐들고

뭔가를 막 먹으려는 모습 같습니다.

 

뒤쪽으로 동방여신 바위 얼굴만 보입니다.

 

<동방여신> 바위입니다.

치마 저고리 곱게 차려입은 한국의 여인 같기도 하네요.

삼청산 아래를 내려다보며,

어머니의 눈길로 모든 방문객들을 살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삼청산의 수호신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점차 안개가 걷혀져 가는 하늘빛 좀 보세요~~

저토록 쾌청한 하늘 보기가 정말로 어렵다는데

우린 참으로 복 받은 사람들이라 생각했습니다.

 

눈이 시원할 정도로 바위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올라 있습니다.

바위 틈새, 조그만 흙이라도 모인 곳이면

나무들이 발을 뻗고 살아 있는 모습에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숲에 싸여 얼굴만 보이는 여신상의 모습은

더욱 따스하고 편안한 어머니 모습 같습니다.

어찌 보면, 예수님의 옆 얼굴 같기도 하고요~~

 

여신의 모습이 가장 완벽하게 보이는 곳에서

사진 한 장 남깁니다.

하늘빛과 소나무의 푸르름과

물들기 시작하는 주위의 잡목들과 어우러진 여신의 모습이

경건하게 아름답습니다.

치마 위를 수 놓듯이 자라는 아기 소나무들도

바위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것 같습니다.

 

삼청산에서 건진 가장 아름다운 사진 한 장입니다.

 

아쉬운 마음 접으며 돌아서다가~~

 

스무 살쯤 된 청년들이, 사진 찍어 즉석에서 인화해서

코팅까지 해 준다는 말에 친구랑 둘이 추억 한 장 남겼습니다.

아르바이트인지, 직업인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사는 모습이 건강하게 보여서

좀 비싸긴 하지만, 한 장에 5천 원,

둘이서 두 장에 만 원 주고 왔습니다.

 

이것 코팅까지 하려니 시간이 좀 걸려서

또 일행들이랑 한참 떨어졌네요~~ㅎㅎ

 

돌아내려와야 하는 터닝 포인터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며

또 사진 한 장씩 건집니다.

 

대체로 소나무들이 많은 정상 쪽에는

가을이 깊어져도 단풍이 아름답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남은 잔영들을 마음과 머리 속에 차곡차곡 접었습니다.

 

내려가는 길에는 사진 찍느라고

또 일행들을 자꾸만 기다리게 하지 않으려고

카메라는 집어 넣고 열심히 따라 갔답니다.

 

<여신객잔>에서 일행들과 잠시 쉬었습니다.

커피도 마시고, 과일도 먹고,

또 어리버리한 두 누님 챙기느라 바빴던

빠릿빠릿한 두 박사님들 감사했어요~~

산에서 맛 보여주던 컵라면 국물 맛이 눈물날 뻔 했어요.ㅋㅋ

 

산을 다 내려와서 오후 1시 40분경에 점심을 먹었습니다.

역시 이런 현지식으로~~

그런데 맛은 엊저녁 보다는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감자 볶음 왼쪽으로 두툼한 돼지고기 요리 보이지요?

이것이 그 유명한 '동파육'입니다.

북송의 유명한 시인 소동파가 즐겨 먹었다는 요리지요.

 

제가 아는 대충의 레시피는

고기를 삶아 적당한 크기로 잘라놓고

간장과 청주, 다진 마늘, 생강 등을 넣고 끓인 소스에

고기를 넣고 조린 다음

대파, 양파, 청홍고추, 등을 넣고 마지막으로 한 소끔 조린 다음

올리고당이나 조청에 녹말 한 숟갈을 넣어 마무리하면 됩니다.

 

식당에서 나온 동파육은 그냥 대량으로 조려

한 접시 떠 온 것 같습니다.

 

다시 버스를 타고 2시간 걸려, 황산시로 돌아 왔습니다.

어중간하게 시간이 남아

발맛사지 받을 사람과 시장 구경할 사람으로 나뉘어

취향대로 저녁 먹기 전까지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맛사지 쪽으로 붙었지요.

내일의 강행군을 위해

발에게 약간의 위로와 격려를 할 필요가 있었답니다.ㅎㅎ

 

 

저녁도 역시 현지식을 먹었습니다.

점심 보다 더 맛이 좋았습니다.

 

뭔가 조금씩 나아진다는 것이 주는 행복함은

아주 사소한 것에도 어김없이 적용됩니다.

 

한국에서 가져간 밑반찬들이 이때부터 조심스레

식탁으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오징어젓갈 한 숟갈로 비벼서 든든한 저녁을 먹었지요~~

그리고는 그 유명하다는 휘주쇼를 보러 가기 위해 나섭니다.

 

저녁을 먹고 나올 때마다, 한국인들이 오는 식당 앞에는

이렇게 과일 행상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덕분에 싸고 맛난 망고 실컷 먹었습니다.

 

황산에 대추가 유명하다더니

정말 크고 달았어요~~

대추알이 자두알만 하지요?ㅎㅎ

 

황산 극장입니다.

까만 하늘 위로 반달 뜬 모습에

잠시 떠나온 집 생각이 났답니다.

울집 옆지기가 저 달 보며 나를 생각하고 있을 지...

입장합니다~~

무대 위에 휘장 대신 목조각 문양의 웅장한 나무 문이 멋지게 서 있습니다.

 

입체적인 무대가 열립니다~~

 

먼저 황산의 사계절과 함께

황산 오절에 속한다는 소나무에 걸친 눈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네요~~

 

배를 탄 여신들이 등장하고~~

 

하늘에서는 칠선녀가 내려옵니다~~

 

견우 직녀 만나듯이, 영웅과 선녀가 만나고~~

 

영웅의 시련 극복 과정이 나타나고~~

 

선녀가 아스라히 떠나갑니다~~

 

무대가 바뀌어 엄청난 물이 쏟아져 내려오고~~

(세월이 흐른다는 뜻이겠지요)

 

극중 인물들이 관객 사이를 누비면서

환상적이고 입체적인 무대를 만들기도 합니다.

 

황산시의 원주민들을 휘주인이라고 합니다.

휘주인들은 깊은 산 속에서 살다보니 생활이 힘 들어

남자들이 10살이 넘어서면, 외지로 돈 벌러 떠나가고

여인들만 남아 평생의 대부분을 독수공방하며 살아가는 삶과

외지에 나간 남자가 성공하여 금의환향하는 모티브의 극입니다.

 

나라는 달라도 거의 나라마다 비슷한 화소의 신화나 전설이 있지요.

그런 맥락으로 이해를 하면 좋습니다.

 

상해에 비해 아주 시골에 속한다는 황산에서

이런 화려한 문화 체험을 하게 되어 놀라웠습니다.

 

9시가 조금 넘어 호텔로 돌아와

모처럼 여유로운 저녁을 즐기면서

친구랑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가

어느 순간에 잠의 세계로 빠져 버렸습니다~~

 

트레킹 1부는 여기서 끝냅니다.

2부를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