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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마눌과~

중국 삼청산 황산 여행기4~ 황산에서 상해로

 

 

 

장엄한 서해대협곡 어디쯤에서 일몰도 보지 못하고

자욱한 운해를 뚫고 떠 오르는 일출도 보지 못했지만,

한동안 내 마음 속을 오르내리며

상쾌한 엔돌핀을 생성시켜줄 풍광들을 가득 안고

이제 황산을 떠납니다.

 

 

언제 다시 올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은 남겨두고...

 

3박 4일동안 함께 타고 다녔던 버스에 오릅니다.

왼쪽에 서 계시는 분이 기사님입니다.

아직 젊은 분이신데, 좀 수줍움이 많아 잘 어울리지는 못했어요.

 

 

황산시의 젓줄이자 어머니의 강으로 불리는 신안강을 따라 나옵니다.

 

해가 어둡기 전에 잠시 남은 시간을

황산의 옛거리를 둘러보는 것으로 마무리했답니다.

 

거대한 중국 대륙은 고대로부터 온갖 왕조들이

흥망성쇄를 끝없이 이어온 곳이라

가는 곳마다 이런 오래된 거리(老街)가 남아 있습니다.

 

한국으로 치자면, 서울의 인사동이나 북촌마을 같은 곳이지요.

시간을 거슬러 우리는 잠시

명, 청의 시대로 돌아갑니다.

이 거리에는 특별히 문방사우들을 파는 가게들이 많다네요~

이 가게는 벼루를 파는 가게입니다.

모양도 문양도 각양각색의 벼루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글씨나 묵화 하시는 분들은 벼루가 탐나지 싶었습니다.ㅎㅎ

쌍룡을 틀어 올린 멋진 벼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벼루는 남포석을 최고로 쳐 주지만,

중국에서는 단계연이나 흡주연을 최고로 여기고

아주 비싼 작품으로 나온 것들은 몇 억을 호가한다고 하네요~~

 

그러나 진품을 보는 안목이 없으면 사기 당하기 딱 좋지요.ㅎㅎ

썩썩 잘 갈리는 것은 좋은 벼루가 아니라는 것은 저도 압니다.

 

먹의 입자가 거칠게 떨어져나와 먹물이 껄쭉해지니

글씨를 쓰면 곱게 먹히지 않겠지요?

여기는 또 붓을 파는 가게입니다.

 

보기에도 탐스런 붓들이

크기 별로 수도 없이 많이 진열되어 있네요.

 

무릇 좋은 붓이란 네 가지 덕을 갖춘 것을 상품으로 칩니다.

 

네 가지 덕이란 붓 끝이 날카롭고 예리한 것(尖),

털이 고루 펴 있는 것(齊), 붓털의 모양이 둥근 것(圓),

붓의 수명이 긴 것(健)을 가리킵니다.

 

붓의 재료로 제일 으뜸을 치는 것은

기름기 오른 가을과 겨울에 취한

족제비 꼬리털인 황모, 청모, 장모라고 하네요.

기와를 얹은 집은 어디를 가나 거의 다

기와 기둥 끝을 저렇게 들어올린 모양으로 만들었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자손들이 귀하게 잘 되라는 의미랍니다.

수공예품 가게에는 아기자기 이쁜 인형들도 있네요~~

자사호나 다관, 다기들을 파는 가게도 있고~~

머리 뒤꼬지 파는 가게를 지나가다가~~

가야금 공연 때, 장식용으로 꽂으려고 하나 샀습니다.

우리 돈으로 만 원 주었어요.

 

근데 부르는 대로 주고 샀다고 가이드에게 한 소리 들었답니다.ㅎㅎ

(재래 시장이나 길거리 상인들은 모두 한국돈 그대로 받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사려면 아마도 몇 만 원 줘야되지 싶어서

그냥 샀더니, 바가지 쓴 모양~~ㅋㅋㅋ

 

그래도 여기서 잘 샀지요,

상해로 가서 백화점 비슷한 쇼핑몰에 갔더니

저것 보다 덜 이쁜 것도 168위엔씩 달라고 했답니다.

(참고로 1위엔이 우리 돈 186원쯤 됩니다)

 

저녁 산책 마치고, 모처럼 한국 식당에 왔습니다.

오늘 하루종일 산길 걷느라고 힘 들었다며

삼겹살로 주문해 두었답니다.

 

 

차림새가 대체로 깔끔합니다.

고기는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라,

제가 굽는 도우미를 자청해서

노릇노릇 태우지 않고 맛나게 잘 구워 나눠 먹었습니다.

 

김치에 싸도 맛 나고, 상추에 싸도 아삭하니 맛있었어요~~

고기는 얼마든지 무한리필 하라고 하네요~~

그래도 우리 식탁 분들은 모두 한 접시로 그만 먹는다기에

모처럼 찰진 밥과 함께 된장찌개도 먹었답니다.

식당 앞에는 또 언제 몰려왔는지

과일 행상들이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내일이면 돌아가는 상황이라

과일을 살 수가 없었답니다.

어제 산 과일들도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상태였거던요.

 

망고가 한 접시씩 놓은 게 모두 만 원씩이니 싸지요?

망고 이만 원어치 사서 엄청 실컷 잘 먹었답니다.

과일 행상이기는 해도, 대체로 관광객들 상대라고

비싸고 좋은 과일들을 싣고 다니는 편이었어요.

 

저녁 먹고 우리는 황산이 있는 안휘성을 떠납니다.

산이 많아 대체로 가난하게 사는 안휘성이지만,

인물들을 많이 배출한 곳이기도 합니다.

전, 현직의 국가 주석인 후진타오나 시진핑이 모두 안휘성 출신이랍니다.

 

다시 5시간 30분을 버스로 달려 상해로 돌아와

새벽 1시가 넘어서야 호텔에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호텔 창으로 내려다 본 정경입니다.

황포강이 흐르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10월 13일 일요일 아침입니다.

여행을 갈 때마다 제가 꼭 챙겨가는 말린 누룽지입니다.

아침에 입맛 없을 때, 전기 포트에 넣고 끓여서

한 그릇 먹고 나면, 오전은 견딜만하고 속도 편해서

비상식으로 꼭 챙겨 갑니다.

 

따뜻한 숭늉 먹고 싶을 때도 아주 좋습니다.

아침마다 저는 이것 끓여서 보온병에 넣어 다니며

하루종일 숭늉으로 잘 먹었습니다.

찌꺼기는 변기에 버리고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옵니다.

7시 30분 호텔에서 출발합니다.

오늘의 일정은 대체로 느긋한 편이라 급할 것은 없었습니다.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중국 최고의 경제 도시라고 하는 상해의 거리도 한산합니다.

 

상해는 야경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깊은 새벽에 도착한 까닭에

야경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외탄 광장으로 아침 산책을 나섭니다.

동방명주 옆으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동양 최대 높이라는 128층 건축물이 보입니다.

예전에는 동방명주 탑이 아주 높고 모던해 보였는데

이 날은 신축 128층 건축물 옆에서 왜소하게 느껴지네요~~

참, 사람 마음이란 게 어찌나 간사한지...ㅎㅎ

 

하늘은 여전히 사흘째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한 날씨를 선물합니다.

제일 큰 선물이고, 감사한 선물이었답니다.

상해는 황포강을 중심으로 포동과 포서로 나뉩니다.

마치 우리 서울의 한강을 중심으로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듯이 말입니다.

 

지금 우리는 포서 쪽에서 포동 쪽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20년 전에는 포서 쪽이 부촌이었다는 데

지금은 포동 쪽의 아파트 한 채 가격이 50억을 넘어서고 있답니다.

중국의 신흥 재벌들은 거의 다 부동산 재벌들이 많은 이유지요.

외탄 광장의 아침은

조깅하는 사람과 아침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여행자들을 위한 강변 산책로를 외탄 광장이라고 합니다.

멀리 보이는 건축물들이 하나도 같은 것은 없습니다.

 

상해에서 건축 허가를 받으려면,

기존 건축물과 같아서는 허가가 안 난다고 하네요.

<세계 건축 박물관>이란 별칭이 무색하지 않습니다.

상해에 있는 명,청거리 같은 성황묘로 들어갑니다.

건축물들도 규모가 크고, 오래 묵은 느낌은 나지 않습니다.

역시 처마 끝은 한껏 올려서 하늘을 찌를 듯이 경쾌합니다.

네팔의 여신이 사는 건물이랑 비슷한 느낌이 납니다.

 

건축물들의 벽을 희게 칠하는 것은 문방사우의 '종이'를 상징하고

지붕을 검은 기와로 얹는 것은 '벼루'를 상징하여

글공부 많이 해서 들린 처마처럼

아주 높은 사람이 되라는 기원이 건축양식에 다 들어 있답니다.

길거리 음식을 사 먹으려고

아침부터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북적댑니다.

건축물 구경하느라 정신 팔다가

길치인 제가 또 혼자 길 잃어 버릴까 봐~~

우리 팀들 앞뒤로 자꾸 살피면서 조심스레 들어갑니다.

거대한 궁궐 속으로 자꾸만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온갖 종류의 차를 파는 곳도 있었지만,

이런 곳에서는 차 안 사기로 마음 먹어서

그냥 눈요기만 하고 지나갑니다.

스타벅스 커피점도 보이고~~

연못 위로 잘 지어진 음식점도 보이고~~

불티나게 팔리는 거리 음식점도 있지만,

이른 점심을 먹을 예정이라 그냥 지나갑니다.

 

옛거리라는 말은 아무래도

어제 저녁, 황산의 옛거리가 어울리지 여기는 아닌 듯 했어요.

중국에 오면 꼭 깨를 사야한다는 일행분들이 있어서

여기서 모두들 깨 10Kg씩 샀답니다.

일인당 10Kg 이상은 안 된다네요~~

저는 국산깨 애용자라서 패쑤~~

11시 조금 넘어서 이른 점심을 먹으러 왔습니다.

집은 좀 허름하게 생겼지만,

김치찌개가 아주 맛나다고 해서 왔습니다.

김치찌개라기 보다는 김치전골에 가까운 요리였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했습니다.

모처럼 김치에 썩썩 밥을 비벼서 한 그릇씩 뚝딱 잘 먹었습니다.

 

이 집에도 밥은 한국식으로 좋았습니다.

느긋하게 점심 잘 먹고, 이제 12시경

공항으로 들어갑니다.

상해공항에 크다고 해도, 제가 보기에는

인천공항이 더 낫지 싶습니다.ㅎㅎ

날씨가 정말 좋아서 구름 위를 나는 비행기가 아니라

푸른 바다 위를 날아가는 것 같았답니다.

모르는 사람들 틈에 끼여서

갈 때는 서로 얼굴도 몰라 서먹서먹했지만,

함께 온갖 고생들을 겪고 나서는

돌아올 때는 모두 혁명동지가 된 것처럼

서로 챙기고 정이 넘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서해대협곡에서 함께 길을 잃고 헤매었던

포항 산행대장님과 울산 산행대장님~!

포항에서 오신 분들(잰틀맨 빼고)

어리버리 두 여자 챙긴다고 애쓴 두 박사님~!

좌충우돌 모든 사람들 챙긴다고 고생하신 풍운아 대장님~!

 

 

서해대협곡의 빼어난 풍경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지 싶습니다.

 

 

여고 졸업하고, 이 친구하고 둘이서만 여행은 처음이었습니다.

결혼해서 각자 서울과 부산으로 헤어져

26년 세월이 지났지만, 그 마음은 여고 시절과 똑 같았습니다.

 

 

젊은 날에는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고

시간적으로 여유있게 살지를 못했기에

이제라도 스스로에게 휴가를 주고 싶습니다.

 

 

또 기회가 된다면,

태산도 가고 싶고, 구화산도 가고 싶고,

옥룡설산이랑 차마고도 트레킹도 하고 싶습니다.

 

 

아직 가슴이 떨리는 시절에는 여행을 가고

다리가 떨리는 시절이 되면 요양을 해야 한답니다.

 

가슴이 떨리도록 가고 싶은 여행지가 생기면

또 일상을 떨치고 떠나려고 합니다.

 

함께 했던 모든 분들,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기억들은 보석이 됩니다.

또 하나의 보석을 추억 앨범에 저장하며

삼청산, 황산의 트레킹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