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을 다녀오고 나면, 다른 산은 산 같지 않고
구채구의 물을 보고 나면 다른 물은 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작년 가을 황산의 서해대협곡을 만나고 와서 그 말이 공감되었고
다시 이번에 구채구의 물을 만나고서는
가슴 절절이 사무치는 고운 물빛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그 물빛을 만나러 가는 길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새벽 6시에 아침 식사를 하고 서둘렀건만,
구채구 입구까지 데려다 주는 버스 타는 곳의 상황은 이랬다.
파란색 패딩을 입고 갈색 헌팅캡을 쓴 바로 앞의 우리 가이드는
몸은 좀 통통한 듯해도 행동이 어찌나 재빠른지~~
어리버리하게 구는 우리 일행들에게 새치기하는 기술부터 가르쳐준다.
제대로 줄 서 있다가는 점심때가 되어도 입장하기 어렵단다.
새치기로 입장권을 사 오고, 우리도 이리저리 새치기로 겨우 대오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지 못하게 앞사람의 옷자락을 잡고 버스를 기다린다.
이렇게 일행을 이루어 다니려면 딱 10명 내외가 적당하단다.
12명만 넘어가도 꼭 한 두 사람이 낙오하거나 뒤에 쳐져서 모두들 기다리는 일이 생긴다니...
어쨌거나 이리저리 밀치고, 당기고, 겨우 버스에 타는 데
그것도 기사쪽으로 무조건 앉아라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
무슨 특공작전을 방불케하는 밀치기로 올라타서
일행 10명이 모두들 기사의 뒷자리쪽에 자리했다.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는 같이 웃는다~~ ㅎㅎㅎ
중국의 명소는 대부분이 이렇다.
특공대원이 되지않으면 어려우니 한 살이라도 젊은 날에 다녀와야 한다.
우선 오늘 하루 다녀야하는 코스를 지도를 보며 잠시 정리를 하면,
구채구의 거대한 계곡은 Y자 모양으로 약 720Km에 이른다.
완전히 개방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려야 하지 싶고,
개방한 곳도 아주 일부에 불과하지만, 걸어서 다니려면
3박 4일은 여기서 머물러야 하지 싶을 정도로 장대하다.
그래서 수정구 입구에서부터 버스를 타고 일측구나 측사와구쪽으로
가장 멀리까지 올라갔다가 천천히 걸어내려오며 물빛을 만나고
다시 반대편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다시 걸어내려 오며 본다.
우리 일행의 하루 여정은 먼저 일측구(오른쪽)로 올라가서
'오화해'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내려 오며 물을 만나고
'경해'를 본 다음에 버스를 타고 측사와구(왼쪽)로 이동해서
'장해'에서 내려 다시 걸어내려 오며 물을 만나고
락일랑 폭포에서 가까운 락일랑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락일랑 폭포로 해서 수정구쪽으로 걸어내려오며
나머지 물빛들을 만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구채구 입장료다
중국돈으로 310위엔
우리돈으로 약 6만 원이나 된다. 엄청 비싸다.
우리나라 관광지나 유적지가 아무리 비싸도 이런 곳은 없다.
거기다 인원 제한도 없이 무한정 들여보내니
이 엄청난 수입은 다 중국정부로 들어가는 것이겠지?
먼저 <오화해>에서 내려 일행들 단체 사진 한 장 찍고 출발한다.
봄이 되면 이 호수 부근에 다섯 빛깔의 꽃들이 피어난다고 붙은 이름인데
지금은 꽃이 다 져버린 상태란다.
버스를 타고 끝까지 올라가면 <원시삼림>이란 아주 크고 오래 묵은
나무군락과 판다곰의 서식지가 있다는데,
나무야 내려가면서도 얼마든지 거대한 나무들 보았으니 만족하고
판다곰은 현재에는 멸종위기라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단다.
물을 한적하게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우리 가이드가 아주 센스가 있다.
일측구의 종점까지 올라가는 버스에서 중간에 내리고 보니
오화해엔 우리 일행 말고 사람이 몇 없어
덕분에 아주 한가롭고 여유있게 물빛을 감상했다.
이때 시간이 7시 30분경인데,
기온이 추울 정도로 낮아서 말을 하면 입김이 나온다.
체감온도는 10도 미만으로 느껴졌다.
있는대로 옷을 껴 입고도 추워서 목에 버프까지 감았다.
아침 햇살의 각도가 마침 산이 물속에 반영되어 멋진 반영의 풍경을 덤으로 준다.
물이 참으로 맑고, 깊이에 따라 다른 물빛 또한 기가 막힌다.
여기는 <공작새 호수>라고 한다.
물빛이 공작새 수컷이 활짝 펼친 부채 모양의 꼬리빛과 같다~~
특히 저기 멀리 물속으로 선을 그은 듯이 짙은 푸른 색으로 보이는 곳은
누군가가 와서 밤에 잉크를 쏟아놓은 듯 선명하다~~
같은 물속에서도 모두 다른 빛으로 반짝이고 있는 물빛을 보노라니,
여기가 인간세상이 아니라 선경(仙境)속 신선들의 세상이란 생각이 든다.
물속에 넘어진 채로, 이 나무는 석회질에 감겨서
썩지도 않은 채 나무미이라가 되고 있었고,
고요한 물 속에는 물고기들이 제법 많이
이리저리 한가롭게 헤엄치고 다닌다.
가만히 내려다보는 내 마음까지 고요해진다.
이제 이런 나무데크를 따라, 혹은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내려온다.
코끝이 시리도록 찬 기온이 마음까지 상쾌하게 만들어준다.
인적없는 호젓한 길을
원시의 숲이 내품어 주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걷는 일은
저절로 세로토닌이 생성되는 느낌이다.
행복하다~~
어른 몇 사람이 손을 잡아야 둘레를 안을 것 같은
엄청 거대한 나무들도 만나며 걷는 길~!
더러는 거대한 나무가 제풀에 죽어 넘어져
다시 그 위에 이끼가 무성하게 자라는 모습까지도 원시적이다.
길의 한 쪽으로는 숲이 우거지고~~
길의 또 다른 쪽으로는 호수가 이어지고~~
호수의 물빛은 아무리 보아도 신비롭다.
더러는 바위와 나무와 아끼 사이를 흘러내리다가~~
드디어 물이 특이한 암반 구간을 지나면서
진주구슬이 되어 굴러내린다.
튀어오르는 물방울 하나하나가 햇빛에 반사되어
그야말로 진주알처럼 튀면서 굴러간다.
실제 모습이 사진과 조금 다른 것이 아쉽다.
한참을 진주알들을 감상하다가~~
조금 아래로 내려오니, 폭포를 이룬다. <진주탄 폭포>
폭포에서 튀어 오르는 물방울들도 한 알씩이 모두 진주알 같다.
계곡 사이로 자욱하게 물안개가 오르고
하늘에서는 햇살이 반사되던 아름다운 광경에 빠져
또 한참을 그렇게 넋을 놓고 있었다.
옛 선사들은 사람의 마음을 경계하는 비유에서
그릇에 담기는 물을 이야기했다.
물은 정해진 모양이나 형태가 없어서
담기는 그릇이나 모양에 따라
무궁무진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달라진다고~~
형태와 빛깔이 계속 달라지는 물의 마술은 어디까지 이어지는 것일까?
폭포 앞에서도 타르쵸는 흩날린다.
물도 나무도 하늘이나 바위도,
사람의 기운을 능가하는 신령스러움을 품고 있으면
모두가 숭배의 대상이 되는 것이 순리인 모양이다.
걷는 시간을 단축시켜 주려고, 우리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다가
진주탄 폭포 아래쪽에서 지나가는 버스를 태워 <경해>로 왔다.
경해(鏡海) - 말 그대로 거울바다다
하늘색이라 해야할 지, 옥색이라 해야할 지,
비취색이라 해야할 지... 시리도록 맑고 투명하다.
숲의 반영이 그야말로 거울처럼 투명하게 그대로 비친다.
보면볼수록 물빛의 매력은 점점 더 나를 끌어 당긴다.
물속으로 그냥 걸어 들어가고 싶다.
어쩜 이리도 이름도 잘 지었을까~~
아직은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는 한가로움이라
옆지기랑 여유있게 사진 한 장 남긴다.
맑아도 이리 맑은 물빛은 정말 처음 본다.
물 속의 풍경과 물 밖의 풍경이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투명한 물빛~!
물의 마술에 걸려 나는 또 한참을 정신을 놓았다~~
10시경, 구채구 안에 있는 장족 마을로 들어갔다.
의무 쇼핑 두번째~!
마을 입구에는 탑이 서 있고~~
반짝반짝 잘 만들어놓은 마니차가 걸려 있다.
<옴 마니 반메 훔>이란 글귀가 새겨진
마니차를 한번씩 돌리고는~~
경전을 찍은 오색천을 깃발처럼 매달아둔
'룽다'가 펄럭이는 모습도 평화롭게 보인다.
천에 경전을 찍어 긴 장대에 매달아 두는 것은 '룽다(風馬)'라고 하고
줄에 매달아 공중에 흔들리게 하는 것은 '타르쵸(經文旗)'라고 한다.
오색천의 상징성을 보면
청색은 하늘, 백색은 바람(구름), 홍색은 태양,
황색은 땅(대지), 녹색은 강을 상징한다고 한다.
마을 촌장님의 댁이라고 하는 곳으로 들어가다가~~
화장실을 먼저 들렀는데~~헉~~
깨끗하게 청소해두긴 했는데, 문이 없다.
잠시 어느 쪽으로 앉아야 할 지 난감~!
중국의 조금 큰 집, 거실에 앉은 것 같은 편안함 속에서
이번에는 주로 '차'종류를 설명하고 파는 곳이다.
'장수균'이란 차와 '풍류과'란 차를 판다.
장수균은 동충하초랑 비슷한 것인데
'보석과 이끼류의 혼합균차'라고 설명을 한다.
이렇게 말려서 그냥 씹어 먹어도 좋고
물에 우려 차로 마셔도 좋다는데,
피를 맑게하고 독소를 배출시키며
고산증도 예방하고 소화제로도 좋아서
장족들은 주머니에 넣어 다니며 껌처럼 씹고 다닌단다.
열심히 설명하시는 조선족 여인~!
'풍류과'는 자연산 비아그라로 신장 기능을 향상 시켜주고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허리 디스크 등의 증상에 좋단다.
한참 듣고 있던 옆지기가 불쑥 하는 말~~
"신토불이라는 말 아시는 지 몰라도
자기 땅에서 나는 것이 그 사람들의 체질에 맞는 것이지
한국 사람들에게도 맞을까요?"
이런 엉뚱한 소리를 해서 분위기 깬다~~ㅎㅎㅎ
야크 수유차~!
야크젖에 곡식 가루를 넣고 꿀을 타 주는 것으로
고소한 미숫가루 맛이 나서 따뜻하게 한 잔 잘 마셨다.
집에 차가 하도 많아서
특별히 필요한 차도 아닌지라, 패스하고
야크 목털로 만들었다는 부드럽고 따스한 숄 하나 샀다.
흡사 종이로 만든 것같은 이런 꽃들이 마당에 가득하다.
티벳의 많은 곳에는 일처다부제의 결혼 풍습이 있다.
워낙 척박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아마도 종족 보존 본능으로 생긴 풍습으로 보인다.
형제가 여러 명 있으면 모두가 형수와 함께 사는 풍습이다.
따라서 맨 맏형에게만 여자를 택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나머지 형제들은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형수와 함께 살아야 한다.
남자들은 집에 기거하는 시간이 거의 없고
대부분이 말이나 노새에 무거운 짐을 싣고
차마고도를 오랜 시간 걸어가서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교환하거나 사 온다.
집에 남은 여자와 노인들과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형제 한 명만 남겨두고 가야 하기에 생긴 특별한 결혼문화다.
아내들에게 부럽지 않느냐고 물어보는데~~
한 사람이랑 사는 것도 힘들어서 하나도 부럽지 않다고 했다. ㅋㅋㅋ
요즘의 장족 남자들은 대부분
관광객들의 차마고도 트레킹을 돕거나
관광객들을 말이나 노새에 태워주는 것으로 돈벌이를 한다.
하지만 집을 오랜 시간 떠나 있는 것은 여전하다.
10시 40분경, 다시 버스를 타고
좌측 계곡인 측사와구로 이동중이다.
약 20Km의 산길을 2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중국인 버스 안내양이 계속 뭐라고 소개의 멘트를 하고 있었지만,
알아 들을 수는 없고, 중간중간 짧고 간단하게
우리 가이드가 풍경에 대한 안내만 한다.
측사와구쪽의 거대한 호수 장해(長海)~!
수심이 40m에 길이가 4.5Km에 달하는 구채구에서 가장 큰 호수다.
백두산 천지의 물빛을 보는 느낌이다.
여기서부터는 이제 사람들 틈을 비집고, 겨우 사진 찍을 정도로 북적인다.
앞 시간의 호젓함은 끝났고
서늘하던 기온도 점점 더워지기 시작한다.
기온차이가 하루 약 20도 정도 오르내린다.
새벽에는 추웠고, 낮에는 덥다.
사진 찍기 좋은 전망대 앞의 넓은 나무데크에는
장족 전통 복장을 한 여인들이
여러 개의 전통옷을 가지고 와서
빌려입고 사진을 찍으라고 권한다.
낡고 제대로 손질도 안 된 옷들이기도 하고
날이 더워서 두꺼운 털옷을 걸치기도 싫어 그냥 지나간다.
측사와구의 오채지로 가는 길은 이렇게 사람들에게 밀려 내려간다.
아무리 좋은 경치도 이렇게 보는 것은 느낌이 없어진다.
슬슬 진이 빠지기 시작하는 기분이다.
구채구 풍경구 1부의 이야기는 여기서 일단락하고
2부로 넘깁니다.
사진도 많고, 이야기가 너무 길어 지루하지 싶네요~~
2부에서는' Y'자 형태의 구채구 계곡의 좌측인
측사와구의 일부와 아래쪽의 수정구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쨔시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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