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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마눌 여행기(스크랩)

[스크랩] 강영미와 함께 떠나는 길따라 마음따라 7 - 비운의 <건봉사>, 그리고 화진포의 일몰

 

평일 낮의 건봉사(乾鳳寺) 절마당은

사람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도록 적막하다.

조금 전 대대삼거리의 검문소 앞을 통과해 올 때,

바퀴가 달린 철제 방어막을 열어주던 어린 병사들에게

초콜릿 한 봉을 건네자 얼굴 가득 번지던

그 반가움에서 이미 예견된 고립인지도 모른다.

 

 

간성의 건봉사는 동해안 최북단의 사찰이다.

일주문의 기단석에 새겨져 있는

단단한 보랏빛의 금강저(金剛杵)를 보는 순간,

건봉사가 겪어온 온갖 고난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마음으로 저릿한 아픔이 전해져온다.

이름 그대로 극단의 단단함으로

모든 장애물들을 극복하겠다는 의미로 새겨놓은 것이지만,

마음의 번뇌를 끊어놓는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곁들여 있을 것이다.

절집의 일주문을 들어설 때마다 번뇌 하나씩만 내려놓았다면,

나는 아마도 이미 도인의 경지에 올랐을지도 모르겠다.

 

 

건봉사의 내력을 잠시 살펴보면,

신라 법흥왕 때, 아도화상이 창건하여 <원각사>라 하였고

후에 도선국사가 중건하여 <서봉사>라 하였다가,

고려 때 나옹화상이 재중건하여 <건봉사>로 개명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조선시대 세조가 원당으로 정하고 어실각(御室閣)을 건립한

한국불교 4대 사찰의 하나이니 규모 또한 대단했으나,

19세기 후반 큰 산불로 3천 칸이 넘었던 가람이 전소(全燒)되는 비운을 겪었다.

후에 여러 차례에 걸친 복원을 통해

9개의 말사를 거느린 31본산의 하나가 되었으나

6.25때 최격전지가 되어 남북간의 치열한 공방전 사이에서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렸던 것을

20년 전부터 다시 복원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으니,

침략과 파괴와 억압과 고립의 신산스런 세월을 견디면서도

꺼지지 않은 불씨 하나가 살아남아

아직도 찬란한 연꽃을 피우는 과정에서

묵묵히 수행중인 건봉사가 내 가슴 속에 진한 화두를 하나 남긴다.

 

 

안내하는 이가 없으면 가지 못하는

철책선 너머의 ‘등공탑비’에게 안부를 전하며,

잡초만 가득 우거져 있는 원래의 건봉사지터를 이리저리 거닐어 본다.

소실되기 전의 절터가 얼마나 넓었을지는

잡초 속에 남아있는 주춧돌과 기단석의 흔적만 보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온종일 햇볕에 데워져 따뜻해진 돌 위에 잠시 앉아

1,500년 세월동안 이 돌 하나가 겪어 왔을

고난과 흥망성쇠의 시간 속으로

슬며시 상상의 반야용선 한 척을 띄워 보내며,

폐사지가 엮어내는 무한한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폐사지 건너편에 새로 지은 누각을 지나

대웅전 부처님께 인사를 올리고

건봉사의 가장 중요한 보물인 부처님 치아진신사리를 친견하러

종무소 한편의 작은 방으로 조심스레 들어간다.

원래는 통도사에 있던 것을 임진왜란 때 왜구들이 강탈해갔었는데

사명대사가 되찾아와 건봉사에 안치했단다.

건봉사에 있는 모든 것들은 다 나름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자랑한다.

 

 

화진포호수는 송지호나 경포호와 같은 석호라

호수 너머로 동해바다가 출렁인다.

잔잔한 호수 표면과 하늘 주위로 진분홍 노을을 만들어

천지를 붉게 물들이면서 해는 천천히 지구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중이다.

해가 지고 난 뒤, 완전히 캄캄해질 때까지의 시간을

흔히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들 한다.

나는 이 명상의 시간에 이런 아름다운 풍경의 일부가 되어

서 있는 것이 형언하기 어려울 만큼 행복하다.

화진포호수 주변에는 김일성의 별장도 있고

이승만대통령과 이기붕일가의 별장도 있다.

해방전후 남북의 정치수뇌부들 별장을 모두 여기에 지을 정도로

수려한 풍광이 펼쳐지는 곳에서 또 하루를 마감한다. 

 

 

나이를 먹어가니 어느 순간부터

일출보다는 일몰의 아름다움이 더 간절하게 마음으로 파고든다.

내 삶의 마지막도 일몰처럼 아름답게,

일몰처럼 순식간에 마감되기를 기도하면서

해당화가 만발한 호수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마차진의 일출>

 

태안반도랑 변산반도 쪽으로 여행을 다녀오느라

늦은 여행기 7번을 올립니다~~

 

이 나라의 동쪽 끝을 보여 드렸으니,

이제 서쪽 끝을 이어서 연결해 드리려합니다.

 

한동안 봄가뭄이더니, 이제 곧 장마를 몰고올 모양인지

비가 잦은 계절이 되었습니다.

장마철 건강 챙기시고, 늘 청안하시기를~()

 

인터넷 신문 링크 걸어둡니다~

http://www.leaders.kr/news/articleView.html?idxno=3152

 

 

출처 : ★부산 맛집기행 시즌2★
글쓴이 : 가얏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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