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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마눌 여행기(스크랩)

[스크랩] 강영미와 함께 떠나는 길따라 마음따라 9 - 불가사의한 미소 <서산마애불>과 고졸한 <개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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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 절골에 할머니 같기도 하고 소녀 같기도 한

감실부처님이 계시다면, 서산에는 마애삼존불이 계신다.

원래는 용현계곡 깊숙한 곳 바위벼랑 위에 새겨져

인근의 주민들 외에는 아는 사람들도 없었던 귀한 보물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역시 채약(採藥)꾼과 나무꾼들의 입을 통해서다.

 

 

 

오래전 유적답사에 미쳐 전국을 떠돌 때,

해저물녘에 만난 그윽한 미소는

가슴에 일몰보다 진한 전율의 화인(火印) 하나를 찍어주더니,

언젠가 다시 왔을 때는 전각이 씌워져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움이 감해진 아쉬움을 주었다.

 

한데 이번 여정에서 만난 서산마애불은 보수공사중이라

철제봉과 임시 계단 사이에 갇힌 모습이었지만,

이른 더위로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온 내게

냉수 한 잔 보다도 더 시원한 웃음을 보내주신다.

 

땀도 식힐 겸 마애불을 마주보며 한참을 서 있자니

계곡 안쪽에서 추울 정도의 냉기를 품은 바람이

적당한 간격으로 자꾸만 불어온다.

만날 때마다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느껴지는

그 불가사의한 미소 속으로 나는 하염없이 빨려 들어갔다.

 

  

 

학자들의 주장으로는 7세기가 넘어서면

불상들의 상호에서 환한 미소가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하니,

저 미묘한 마애불도 1,400년 세월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향해 살인미소를 날리고 있었던 것이다.

 

세 번째나 찾아온 나를 기특하게 여긴 것일까?

이번에는 특별한 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느리면서도 조곤조곤한 전형적인 충청도 말씨를 구사하시는 분이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시더니,

멀리서 온 손님이라 특별히 귀한 설명을 해주시겠단다.

 

 

마애불이 새겨진 바위를 중심으로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까지가 풍수지리적으로 보면,

임금이 나오는 명당 중의 명당이라고 한다.

자세히 보면 마애불이 새겨진 바위를 중심으로

바위 전체의 선들이 둥근 곡선을 이루며

마애불을 향해 모이듯이 돌아들어오고

바위 양쪽으로 좌청룡 우백호의 형세가 뚜렷하며

좋은 기(氣)가 마애불을 향해 모이는 곳이라서

그곳에 오래 서 있으면 몸 전체에 좋은 에너지가 충만해진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마애불 더 가까이 다가오라고 하시더니,

사실은 마애삼존불이 아니라 여섯 부처님이 계시다고

중앙의 여래불 광배 부분을 자세히 보란다.

연꽃광배 위에 불꽃광배를 세밀하게 살펴보면,

11시, 12시, 1시 방향의 불꽃 속에

아주 작은 부처 하나씩을 넣어 두었다는데,

오~~호~~가만히 보니 놀랍게도

아주 작은 감실부처 같은 부처가 하나씩 들어있다.

 

 

 

(이 사진은 전각이 씌워져 있을 때의 사진)

 

 

문화재청에서 알게 되어

이 마애불을 국보 84호로 지정하기도 훨씬 전부터

마을 사람들은 여기 새겨진 상을 산신령이라고 불렀단다.

 

중앙의 산신령이 좌우에 본처와 애첩을 거느린 모습인데,

흔히 관세음보살이라고 알려진 우협시보살은 본처이고

미륵반가상이라고 알려진 좌협시보살은 애첩이라는 것이다.

애첩이 얄밉게도 다리를 꼬고 앉아서

검지손가락을 볼에다 부비며 본처에게 약을 올리자

본처가 돌멩이 하나를 손 가운데 잡고

눈을 흘기고 있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민초들의 이야기는 학자들의 격식 있는 이야기보다

훨씬 마음에 와 닿고 해학적이라 무릎을 친다.

 

 

호젓한 산사로 꼽으라면

둘째에 넣어도 서운한 곳이 개심사(開心寺 )다.

예전 비포장도로였을 때의 호젓함은 고립에 가까웠지만,

자동차가 교행이 될 정도로 넓은 포장도로가 생긴 지금도

평일 낮에는 별로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곳이다.

 

일주문에서 1Km나 되는 소나무 숲길을 돌계단을 따라

행선(行禪)하듯 천천히 오르다 보면,

멋스러운 전서체의 안양루 현판이 특이하고

선암사의 해우소 동생뻘 되는 묵은 나무 기둥을 가진

어여쁜 해우소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심검당(尋劍堂)에 덧붙여진 종무소 기둥만큼

질박한 아름다움으로 마음을 끄는 것은 없다.

뒤틀리고 꼬부라진 나무를 통째로 세우고 가로질러

기둥과 창방과 문지방을 만든 모습은

갈 때마다 온갖 경탄과 찬사를 바치며 한없이 쓰다듬고 안아주고 싶다. 

 

 여행을 다녀와서, 그 여행의 순간들을 되새김질하며

한 풍경, 한 풍경들을 새로이 꺼내보는 재미도

새삼 솔솔한 즐거움을 주네요~~

 

장마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습니다.

눅눅한 계절에는 부디,

보송보송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그 기억의 강을 향해 눈부신 배 한 척 저어가세요~~

 

인터넷 신문에 글이 올라오는 것을 기다려 올리자니,

자꾸만 조금씩 늦어지네요~~ㅎㅎ

 

신문 링크해두고 나갑니다~ 

 

http://www.leaders.kr/news/articleView.html?idxno=3737

 

 

출처 : ★부산 맛집기행 시즌2★
글쓴이 : 가얏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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