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집에서 자라난 나는
바다의 속살을 훤히 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솔향기길을 걸으면서 처음 만난 바다의 모습들은
놀라울 만큼 원시적이고 아름다웠다.
태안에 와서 이원반도 끝까지 올라오기는 처음이다.
이원반도는 태안에서도 좀 오지에 속하는 까닭에
묵은 소나무 군락들이 품어내는 솔향과
지중해의 바다보다도 더 아름다운 비경을 품고 다소곳이 숨어 있었다.
솔향기길 1코스는 이원반도의 끝점인 만대항에서
꾸지나무골 해수욕장까지 약 10Km의 산길과 바닷길이 이어져 있다.
하지만 숙소가 꾸지나무골이었던 나는 거꾸로 걸어보기도 한다.
아침을 먹고 출발하면 만대항에 도착해
점심을 먹기에도 딱 적당한 거리였기 때문이다.
출발하기 전, 꾸지나무골 해수욕장을 한번 둘러보니
200m나 될까 싶은 조그만 해수욕장의 모래밭은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정갈하고
모래밭을 쉴 새 없이 드나드는 바닷물빛은
연한 옥색의 선녀 날개옷처럼 하늘거린다.
모래밭이 끝나는 지점에는 묵은 곰솔나무 숲이 우거져 있고,
숲 아래로 텐트치기 좋게 터를 평평하게 만들어 두었는데,
어젯밤에 친 듯싶은 텐트 두 동에서
한가롭게 아침을 준비하는 모습이 정겹다.
나도 잠시 그늘막이라도 치고 앉아
바다의 품에 안겨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지만,
숲과 바다 사이의 자드락길이 던지는 유혹이 더 강렬해서 숲길로 접어들었다.
시작점이면서 도착점의 의미를 가진 곳에는
이곳을 다녀간 수많은 사람들이 달아놓은 리본이
빽빽하게 매달려 손을 흔들어준다.
주말이면 버스 다섯 대 정도의 사람들이
이 길을 걷고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생각보다 숲길은 깔끔하고도 호젓하다.
주기적으로 솔향기길을 청소해주는
보이지 않는 손들이 많다는 것을 듣기도 했지만,
이 길의 개척자인 차윤천님 또한 숲길 어디에선가
쓸고 다듬고 어루만지고 있을 것이다.
2007년 태안의 재앙 때,
조수간만의 차이가 심한 바위 절벽 사이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기름을 닦아내다 문득 돌아본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제주 올레길과는 차별화된 태안의 비경들을 보여주고 싶어,
혼자서 개척했다는 길~!
지구환경오염이 가속화되면서 한국도 점차 아열대기후로 바뀌어 간다는 학자들의 주장이 몇 년 전부터 귀에 들어오더니, 실제로 남쪽 해안의 소나무들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거의 고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적지로 가득한 천 년 고도 경주조차도 멋스럽고 우람하게 잘 자란 소나무들이 거의 청정한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죽어가고 있어 안타까웠는데, 태안의 소나무들은 갈맷빛의 군락을 이루며 무성하고도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나무 곁을 지나가는 모든 이들에게 싱그러운 재생의 기(氣)를 나누어주는 까닭에, 나지막한 언덕을 넘고 소박한 모래 해변을 몇 개나 지나갔지만 힘들고 지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솔향기길을 오가는 모든 이들은 낯선 사람들과도 반갑게 웃으며 인사하고 지나간다. 올레길을 만든 이명숙 이사장의 표현에 의하며 ‘공간이 주는 미학적 에너지’덕분이란다. 도심에서는 미친 사람 취급을 받는 일들이 이런 아름다운 공간위에서는 당연한 인사가 되는 행복한 걷기에 어찌 세로토닌이 분비되지 않겠는가!
중막골 해변에서 만난 눈부신 해당화며,
여섬의 신비로움을 더 심화시키던 하얀 모랫벌과
짙푸른 소나무들의 선명한 색상대비,
해변의 자갈돌 사이를 자그락거리며 드나들던
연하늘색의 투명하던 물빛,
물이 빠져나가는 갯벌에 무더기로 기어 다니던 다슬기들,
그리고 묵은 소나무가 나눠주던 은은한 향기와
수많은 봉사자들의 손에서 되살아난
싱싱한 바다냄새가 어우러진 명품 자드락길~!
다음엔 꼭 텐트를 가지고 와
한적한 꾸지나무골 해수욕장의 솔숲아래서 밤을 맞으며,
수평선을 불태우며 넘어가는 일몰 속에서
다슬기랑 바지락을 삶아 먹고, 별무리를 헤아리다 잠들리라.
솔향기길은 그야말로 솔숲 사이의 해안길 따라서
4코스까지 며칠을 걸어보고 싶은 길이었습니다.
한적한 솔숲 아래 텐트를 치고, 몇 날 며칠을 묵으면서
물때 따라 다니면서 바다의 것들을 구경하고, 잡아 보고
물이 차오르면 기다리고...그렇게 살아보고 싶었네요~~
올여름 혹시라도 서해안으로 가족여행 가실 생각 있으신 분들은
태안반도의 서북쪽 끄트머리에 있는 이원반도로 가 보시라고~~
이원반도 한 구석에 아주 한적하게 펼쳐져 있는
꾸지나무골 해수욕장 솔숲 아래 텐트를 치고
조용하고 편안하게 쉬다가 오시라고 권해 드립니다.
주변에 공중 화장실도 있고, 수도 시설도 갖추어져 있는
정말 한적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솔향기길 걷는 사람들 아니면, 사람 구경도 하기 힘든 곳이었어요~~
인터넷 신문 링크해두고 갑니다~!
http://www.leaders.kr/news/articleView.html?idxno=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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