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배령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멀다.
먼 길을 달려온 힘겨움은 점봉산에서 맞이하는 아침의 상쾌함과
허파 가득 신생의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에서 상쇄된다.
겨울이 긴 곰배령은 5월이 되어야 비로소 길을 열어준다.
그것도 예약자에 한해 하루에 200명만 입장시키는 엄격한 생태보존구역이다.
그만큼 비밀스럽고 아름답고 경이로운 숲이다.
5월의 곰배령은
그야말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야생화가 피어나는 천상의 화원이다.
<점봉산 생태관리센터>로 가서 예약 확인을 하고
입산허가증을 받아 목에 걸면
이제부터 숲해설가를 따라 본격적인 곰배령 트레킹이 시작된다.
왼쪽으로 마셔도 좋은 1급수의 맑은 개울을 끼고 걷는
오솔길의 시작은 숲그늘에 신선한 바람까지 적당하게 불어
휘파람이 저절로 나올 만큼 상큼한 길이었다.
흔히 ‘쏙새’라고 불리는 씀바귀는
작은 국화를 닮은 하얀 꽃이 다 지고 푸른 대궁이만 남았고,
꽃잎이 휘어져 머리 위에 우산을 쓴 것 같은 천남성꽃이 한창 피고 있었다.
강선마을 들어가는 입구를 왼쪽으로 두고 오른쪽 산길로 접어들자,
물이 제법 깊게 고인 개울에 열목어들이 잠시 유영을 하다가
바위 아래로 급하게 숨어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비로소 내가 깊은 계곡과 원시림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귀한 감자난초도 보고 관상용 고사리인 관중의 군락도 만나면서
미나리냉이처럼 아주 작은 꽃에서부터
눈개승마처럼 한눈에 뜨이는 큰 꽃들에 이르기까지
점입가경의 화원(花園)을 품은 원시림으로 걸어 들어가는 나는 황홀경에 빠졌다.
토종 허브처럼 손바닥으로 꽃잎을 톡톡 쳐서
코끝에 대면 향내가 나는 벌깨덩굴 군락으로 시작해,
흰꽃들이 층을 이루며 광대수염처럼 피어나는 광대수염,
줄기를 꺾어 보면 줄기에서 금방 애기들의 설사똥처럼
노랑 수액이 나오는 애기똥풀,
연보랏빛의 졸방제비꽃을 비롯해 남산제비꽃, 태백제비꽃, 금강제비꽃들,
좁쌀알 같은 분홍꽃덤불에 붙은 재미난 이름 쥐오줌풀,
일명 지장보살꽃이라 불리는 순백색으로 수수하게 아름다운 풀솜대,
미나리 냉이꽃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꽃이 흩어져서 피는 개사상자,
줄기의 맛이 고기보다 맛나다는 눈개승마,
산마늘(명이)잎이랑 비슷하게 생겼지만 독초인 박새,
잘 쓰면 약이고 잘 못쓰면 독초인 버섯나물,
죽은 아내의 모시 저고리를 묻은 자리에서 피어났다는 홀아비바람꽃,
20~30년 만에 한번 꽃을 피운다는 조릿대꽃,
곰배령에서 한계령으로 이어지는 길목에만 핀다는 한계령풀...
끝없이 이어지는 야생화들과 만나며 가다가 문득,
어젯밤 팬션의 마당에서 올려다 본
하늘의 그 수많은 별들이 낮에는 곰배령의 꽃이 되어 피었다가
밤이 되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다, 곰배령의 야생화들은 곰배령 하늘의 별보다도 많다.
원시림을 이루고 있는 점봉산의 나무들도 특이한 것들이 많다.
벚꽃처럼 생긴 새하얀 꽃잎이 밤에도 빛을 낸다는 야광나무,
모양도 성질도 다른 네 그루의 나무가 서로 붙어 만들어진 연리목,
나뭇잎 모양이 도깨비 뿔처럼 생긴 난티나무,
천년 묵은 나무가 벼락을 맞아 죽었다는 둘레가 엄청나게 넓은 주목,
박쥐가 막 날개를 펼친 모습의 잎을 가진 박쥐나무,
벌과 천적이라 꽃향기가 좋지만 벌이 날아오지 않는다는 귀룽나무,
뿌리의 껍질을 찧어 물에 뿌리면
순식간에 물고기들을 마취시켜 무더기로 잡을 수 있다는 가래나무...
해설사의 이야기에 빠져 걷다보니 곰배령의 정상에 도달했다.
해발 1,160m, 곰배령의 바람은 엄청 거세다.
헬기를 타고 하늘에서 보면,
‘벌렁 뒤집어진 곰의 배’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지어진 순우리말 이름 <곰배령>
멀리 북쪽으로 설악의 대청봉이 보이는,
사방 오천 평이 넘는 곰배령 평원에는 오늘도 끊임없이 꽃들이 피고 진다.
곰배령 다녀왔던 시간들이 새삼 새롭습니다.
그 수많은 야생화들의 향기가 아직도 코끝에 맴도네요~~
아직도 아름다운 5월에
곰배령의 야생화들을 만나러 한번 떠나세요들~~ㅎㅎ
인터넷 신문 링크 걸어둡니다~~
http://www.leaders.kr/news/articleView.html?idxno=2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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