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 동기회에서 신불산 공룡능선을 잡았다고 합니다.
3년 전엔가 직장팀들과 가고는 그때 아찔했던 기억 때문에 그 코스는 안 간다고 했던 곳인데...
사실 신불산으로 올라가기 가징 힘든 코스입니다.
초입부터 된비알로 칼바위까지 계속 오르막이고
그 다음은 공룡능선이니... 짐작이 가실 듯
그래도 고등 동기회에서 간다니 어찌 안 가겠습니까?
1년전쯤에 다친 복숭아뼈가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아서 조금 거시기하지만
등산화도 하나 바꾸고 다시 도전합니다.
코스는 간월산장 - 홍류폭포 - 752봉 - 공룡능선 - 신불산 정상 - 신불재 -
1046봉(삼봉산) - 암봉 - 불승사로 잡습니다. 점심 먹고 5시간 정도 코스
5시간은 공룡에서 밀리지 않았을 때 이야기임....ㅋㅋ
8시반 부산에서 출발하여 여기 도착 9시20분
등억온천을 지나 주차장에 내렸을 대 보이는 산엔 단풍이 제법 들었습니다.
간월산장 뒤편으로도 잡목 단풍이 이뿌게 내려와 있네요.
우측 노란 지점이 현위치입니다. 좌측으로 올라가서 공룡을 타는 코스입니다.
홍류폭포까지는 워밍업하는 기분으로 갑니다.
길도 참 좋지요~
물은 거의 말라버린 애기 오줌처럼 쫄쫄 폭포가 흘러 내립니다.
조심스럽게 한발짝 디디기도 하고,
거의 4발로 기어 오르기도 하고 해서 카메라를 꺼낼 수가 없었습니다.
여기 와서야 약간의 여유가 생기네요.
족히 20m는 넘어 보입니다. 유격훈련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남자들은 역시 잘 하네요.
앞선 아줌마 한 명이 영 헤멥니다. 몸집이 조금 되더군요.
그렇게 기기 시작합니다.
산에선 겸손해야 합니다.
조금 잘 탄다고 교만하다간 바로 사고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 신불산 올 때마다 헬기 봤습니다.
2번은 신불재에 내려 앉는 것도 보고...
다친 사람에겐 미안하지만 헬기 내릴 때 옆으로 눕는 억새는 장관이지요.
옆으로 이야기가 빠졌네요.
우야던도 겸손해야 산과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저 앞 쪽으로 공룡의 등더리가 쫙 펼쳐져 있습니다.
드디어 신불산 정상 바로 밑에 도착햇습니다.
여기까지 거의 3시간이 걸렸습니다.
예정보다 적어도 30분은 더 걸렸지 싶네요. (12시 반)
중간 로프나 칼바위에서 앞에 사람들이 멈추면 우린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덕분에 조금 시간이 더 걸린 듯...
병원에 가면 아픈 사람만 보이고,
산에 오면 전국민이 산에 다 있는 것 같습니다...ㅋㅋ
지나온 길을 보니 아찔합니다.
오면서 사람들이 "이노무~ 신~불새끼!"
"다시는 이 길 안 온다"
곳곳에서 불만이 나옵니다.
그래도 내년 되면 다 잊어버리고 또 오지 싶습니다.
점심을 먹습니다.
저 멀리 영축산을 보면서 맛있게 점심을 먹습니다.
이제 막걸리 생각도 나더군요.
올라올 때는 술 생각이 안 나던데...ㅎㅎ
인증 샷 한번 찍고...
저 멀리 언양이 보이네요.
위에서 보면 가뿐한 길인데... 올라올 때는 어찌 그리 힘들든지...
이제 인상이 좀 펴지는 것 같네요.
사진을 찍기만 했지 찍히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영 사진 찍을 때마다 표정이...ㅎㅎㅎ
신불재와 신불평원 영축산까지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저 길이 내려갈 코스입니다.
사람들이 다리가 뭉쳤지 싶어 약간 위험한 길도 있고 해서
코스 급 변경합니다.
신불재에서 그냥 신불대피소로 내려가기로 합니다.
억새는 이제 거의 졌더라고예,
2주일 전에는 무성했는데...
그야말로 은빛물결이었는데....
내려오는 길은 훨씬 여유로워서 사진기를 꺼낼 수가 있네요.
똑딱이는 큰놈이 가져가는 덕분에 공룡에선 큰카메라를 배낭에 넣곤 꺼내기가 어려웠는데...
요게 아마 생강나무이지 싶은데...
꽃은 산수유 비슷하게 피면서 가지를 꺼꺼으면 생강냄새가 난다고 하야 붙여진 이름,
단풍도 꽃처럼 노랗게 드네요.
김유정 소설 '동백꽃'이 이 생강나무를 말합니다.
곳곳에 이 뿐 색으로 단풍이 그 자태를 뽐내고 있네요.
사람들이 호주머니만 생각하고, 자기 것만 따질 때
자연은 이처럼 우리의 마음에 여유를 주고 그냥 막 퍼주기만 합니다.
거의 다 내려온 듯합니다.
다 왔습니다.
내려오니 산에서 6시간 보냈네요. (3시 반)
저번에 직장팀들과는 5시간(점심 포함) 걸렸는데
오늘 복잡한 것 감안하면 6시간 양호합니다.
우리 동기들 이젠 대단합니다.
다 내려와선 억새와 단풍든 뒷산을 배경으로
아침에 빌린 버스가 사람 꼭지 돌게 하더니
갈 때도 5시까지 연안부두 가야한다고 합니다.
예약하려 했던 통도사 앞의 부산식당의 산채정식은 물건너 갑니다.
우리 동기들 사람 참 좋습니다.
마지막에 좋았던 기분이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1사람 때문에 거시기합니다.
하릴없이 금정구 쪽에 와서 국수 한 그릇씩과 파전으로 뒤풀이합니다.
전날 행사가 하나 있어서 용호동에서 제법 곡차를 오랫동안 즐겼기에,
산에 가는 것이 영 부담스러웠으나
안 갔으면 또 후회할 모습이 그려져서,
빈둥거리고 하루종일 T.V만 볼 내 모습이 상상이 되어서,
그냥 강행하곤 가을 그림 마음 속에 가득 담고 온 하루였습니다.
그래도 내년에 또 가고 싶어지겠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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