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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산행기

6년전 지리산행기

1달에 한 번 있는 토요 휴무

간만에 멀리 있는 산으로 가기로 했다. 지리산의 숨어있는 비경인 ‘이끼폭포’와 ‘묘향대’를 찾기로 했다.

탐승 코스는 이끼폭포-묘향대-반야봉의 순서로 일단 예정은 8시간 코스였다.

문제는 이끼폭포를 아는 사람은 있어도

이끼폭포에서 묘향대 코스를 아는 사람이 없고,

묘향대만 아는 사람은 있어도

묘향대에서 반야봉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누구고?

산행대장이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산꾼이라

지도 보고 찾아가기로 했다.



새벽 5시반 구서동 지하철역에서 총 8명(홍일점 1명과 더불어)이 만났다.

참고로 울학교에선 내가 꿈과 희망이다

- 최제쌤도 가는데..ㅋㅋㅋ

막상 한번이라도 함께 가본 사람이라면 만만히 볼 사람이 아니란 걸 아는데

첨 오는 사람에겐 내 나온 배가 그들에겐 희망을 준다.



목적지인 뱀사골계곡 반선 입구에 도착한 것은 9시 30분이었다.
(가다가 예정에 없던 아침밥을 먹은게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때부터 산행 시작이다.

처음은 평탄길이었다.

그렇게 2.4Km를 걸어 용이 승천한 계곡이라는 탁용소에 도착했다.



또 한 2.5Km를 걸어 제승대란 곳에 도착했다.



이때까지는 거의 산보 수준이었다.

산행은 이제부터다.

등산로 아님이라는 팻말을 무시하고
(사실 지리산 국립공원에는 휴식년제가 있기 때문에 들어가면 안 된다.)

계곡을 길 아닌 길로 계곡을 보고 걸어갔다.

12시 00분 산행 시작 2시간 반만에 드디어 이끼폭포 도착!

한마디로 신비스러웠다.

사진으로만 보던 것을 직접 보니 상상외로 크게 보였다.

자연은 어떻게 이렇게 이뿐 모습으로 만들었을까?

지금이 가장 이끼 색이 좋다고 한다.

연신 셔터를 눌렀다.

내 디카가 SLR이 아닌 것이 이때만큼은 정말 아쉬웠다.

ND필터에 셔터 속도만 조절하면 정말 멋있는 작품이 나오겠는데....

기분이다. 3장 구경해라

내 딴에는 그래도 이 카메라로 최대한 셔터 속도를 늘렸다.

1/15초로 찍었다.

삼각대도 없이 오로지 손떨림을 죽여보려고 노력한 사진이다.





시원하게 천년의 약수라 하며 폭포물도 마셨다.

옆에 쌤 왈 “그거 머리에 바르면 머리털도 날낀데...”라는 말에

우리 산행대장 슬쩍 머리에 발라보기도 한다. ㅋㅋㅋ



덤으로 함박꽃도 한 장 첨부한다.

지금 한창 필 때이다.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고 묘향대로 길을 잡았다.

1시 10분 출발!

지리산 8경 중의 하나라는 묘향대

역시 지도에는 나와있지 않은 등산로이다.

다른 사람의 산행기를 보니 여기서 거의 2시간의 산행이다.

이때까지는 그래도 편안한 산행이었는데

지금부터는 거의 네발로 가야할 정도로 가파르다.

그래 지리산인데...설마 죽기야 하겠나 가보자! 아자!

헉헉거리며 2시간 산행을 했다.

조그마한 암자가 나왔다.

스님이 한분 계신다.

자기가 먹을 것도 구하기 어려울 텐데 오느라 수고했다고 정겹게 맞아주면서

빵과 과자를 내놓는다.

그 후한 인심과 빼어난 정경에 마음이 더욱 뿌듯하고 따뜻하다.

멀리 토끼봉도 보인다.

바로 앞에 고사목도 한 그루 보인다.

사진 구경 또 해라.




(최제는 여기서도 껄덕쇠다. 꼭 여자 옆에서만 사진 찍는다.)



어영부영 시계는 4시를 넘고 있었다.

빨리 가야 반야봉까지 들렀다가 어둡기 전에 하산할 수 있다.

반야봉으로 가는 길은 더 험하다.

그래 산의 진정한 맛은 고진감래라 하지 않았던가?

가보자 그래도 지리산까지 와서 1700m가 넘는 봉우리는 하나 정복해야 안되것냐?

근데 진짜 지리산은 지리산이다.

비록 흐리기는 했지만 비올 날씨는 아니었는데

반야봉으로 올라선지 20분이 지나자

웬 천둥 소리가 천지를 울리더니

급기야는 우박이 내리기 시작했다.

아니 5월 말에 웬 우박!



직경 2cm나 되는 우박이었다.

잠시 갈등을 했다.

돌아서 묘향대 가서 피하느냐? 아님 계속 강행하느냐?

어쨌던 내려가야 하니 강행하기로 했다.

온몸이 우박에 젖었다.

비옷 준비는 안 했었다.

추웠다. 손끝이 시릴 정도로 추웠다.

반야봉에 도착했을 때는 완죤히 물에 빠진 생쥐였다.



등산 속내의를 입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진 급하게 한 장 찍고 나니 우박이 그쳤다.

시간은 5시였다.

내려가는 길을 이제 어떻게 잡느냐가 문제다.

무조건 최단 코스로 잡기로 했다.

노고단 쪽이 제일 평탄하나 거리가 길고

심마니 계곡은 물에 젖은 산길이 위험 천만이다.

달궁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전에 가본 길이기도 하고 그래도 길이 잘 나와있는 길이기에

심원 쪽보다 1Km가 길지만 그쪽으로 결정했다.

그래도 6.5Km 내려가야 한다.

거의 뛰다시피 내려갔다.



이제 무릎이 드디어 아파오기 시작한다.

역시 물에 젖은 산길은 미끄러웠다.

8명 중 5명이 엉덩방아를 찍었다.

나머지도 나중에 목욕탕에서 보니 곳곳에 상처가 있었다.

우박은 그쳤고 물에 젖은 몸에서 김이 풀풀 난다.

안경에도 김이 서려 자주 벗어 닦아야 했다.

한번도 안 쉬고 내려오니 7시였다.

9시간 반의 산행이 드디어 끝났다.

노고단에서 내려오는 다른 차를 얻어 타고

처음 출발지인 반선으로 오는 도중에

길가 상점들에선 밖으로 솥뚜껑을 내놓고 삼겹살을 굽고 있었다.

고기가 그렇게 묵고 싶다고 느낄 때가 있었던가?

근처엔 목욕탕이 없어 인월까지 와서 목욕하고

곧바로 우리도 삼겹살집으로 직행!

한 3인분씩 먹을 줄 알았는데...

여하튼 많이 느끼고 좋은 것 엄청 보고

조께 피곤하기도 하고

좋은 산행이었다.

부산 도착 12시 반

한잔 안 할 수 있냐?

집에 들어간 것은 새벽 3시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