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료] 미꾸라지 1Kg, 솎음배추, 숙주나물, 고사리, 토란줄기, 죽순, 대파, 청량고추, 홍고추, 방아잎, 산초가루, 된장 조금, 조선 간장, 다진 마늘, 매실청 3큰술, 다시마가루 2큰술, 황기 한 주먹, 굵은 소금.
추석 지나고나니, 일에 지쳐서 식욕도 떨어지고 갑자기 추어탕이 엄청 먹고 싶었습니다. 예전에는 친정 엄니가 늘 해 주셨지만, 이젠 엄니도 늙으셔서 제가 해다 드려야 드십니다.ㅎㅎ
노포동 장날에 가야 이렇게 자연산 미꾸라지가 있습니다.
한 번 끓일 때마다, 수십 마리를 죽여야하는 살생의 업을 짓는 일이라
자주 해 먹지도 못 합니다. 일 년에 꼭 한 번만 해 먹습니다.
굵은 소금 한 주먹 넣고 30분 있었더니, 다 죽었더군요~~
뒷밭에 있는 늙은 호박잎 한 주먹 따다가 비벼서 씻었습니다.
말린 황기를 한 주먹 넣고 물을 가득 부어 1시간을 끓였습니다.
황기가 미꾸라지의 비린내를 제거해줍니다.
(황기는 강원도 영월의 지게작대기님표 황기랍니다)
미꾸라지 끓이는 동안에 나머지 채소들을 손질합니다.
솎음 배추는 삶아서 찬물에 담궈둡니다~~
숙주나물도 삶아서 찬물에 우려놓습니다~~
고사리랑, 토란줄기랑, 죽순은 삶아서 냉동실에 넣어둔 것들
꺼내어 따뜻한 물에 담궈 냉동을 풀어 놓습니다.
한 시간이 지난 뒤에 미꾸라지가 푹 삶아졌네요~~
잠시 식힌 다음에,
삼베보에 걸러 국물을 다른 냄비에 받아둡니다.
굵은 녀석들은 이렇게 일일이 살을 발라서 넣고~~
나머지 녀석들은 소쿠리에 주물러서 걸렀습니다.
솎은배추 삶은 것부터 적당하게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넣습니다.
일반 식당에서 사 먹으면,
온통 시레기만 잔뜩 넣어 깊은 맛이 없어서
힘이 들고 시간이 종일 걸리지만, 하루 날 잡아서 끓여 봅니다.
고사리도 썰어 넣고~~
숙주나물도 썰어 넣고~~
토란줄기는 아주 짧게 총총 썰어 넣었습니다.
보드라운 토란줄 나왔을 때, 한꺼번에 삶아
지퍼백에 하나씩 보관해 두었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 먹으면 편리합니다.
봄에 삶아 냉동해두었던 죽순도 총총 썰어 넣었습니다~~
추어탕은 채소가 듬뿍 들어가야 깊은 맛이 납니다.
된장을 한 주걱 떠서 걸러 넣습니다.
황기 넣고 삶았더니 비린 맛이 거의 없었지만,
된장 한 주걱 넣어 주면, 비린내도 없애주고
구수한 맛을 더해줍니다.
청량고추도 몇 개 듬성듬성 썰어 넣었다가
나중에 매운 맛 우러나면 건져 버려도 됩니다.
냄비가 넘칠려고 해서, 작은 냄비에 덜어내어 두 솥에 끓였습니다.
끓기 시작하면, 낮은 불로 2시간 정도 푹 끓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파 썰어 넣고 또 30분 정도 더 끓입니다.
간은 조선간장으로 하되, 좀 싱겁게 맞춰야 합니다.
자꾸 끓이면서 먹어야 하니, 나중에 닳아서 짜게 되거던요.
완전히 끓인 모습입니다.
진하게 어우러져서 깊은 맛이 났습니다.
집에서 끓인 추어탕 먹고 또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ㅎㅎ
뚝배기에 한 그릇 떠 내어, 청홍고추 다지고
뒷밭에서 따 온 방아잎 총총 다지고
산초가루는 따로 조금 넣고~~
밥 한 그릇 말아 먹고 나니, 눈이 확 밝아지는 느낌입니다.ㅎㅎ
한동안 잘 먹지 싶습니다.
할머니들 한 봉지씩 나눠드리고
남는 것은 모두 봉지봉지 냉동실에 얼려 두었습니다.
또 간절하게 먹고 싶을 때마다 꺼내서 먹다보면
가을이 다 가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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