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인터넷의 나라에서 야릇한 원서 접수 때문에
28일로 마칠 원서가 29일까지 연장된다나....
그래도 28일 밤까지 원서 쓰고 전체 12반 정리하고
29일 새벽 일단 곰탕으로 유명한 현풍으로 날랐다.
아침으로 할매 곰탕 한 그릇 때리고
제일 먼저 간 곳은 곽재우로 유명한 현풍곽씨의 12정려각이었다.
한 집안에서 12정려문을 받았으니 정말 대단하다.
보통 홍살문으로 1개의 문에 1개의 액자가 있는게 정상인데
12개를 한꺼번에 모셔놓았더구나.
이쯤에서 사진 한 구경하고
12정려를 모아놓은 것이고
이게 에로 영화(?)의 소재로 자주 쓰이는 열녀문에 안치되어지는 액자이다
성리학이 국시이던 조선시대에만 과연 충,효,절이 미덕이었을까?
그리곤 도동서원으로 갔다.
우리나라 5대서원의 하나로
(참고로 5대서원이란 소수서원(안향), 옥산서원(이언적), 도산서원(이황), 병산서원(류성룡)과 여기다)
본래 비슬산 자락의 쌍계서원이었는데 이쪽(동쪽)으로 옮겨왔다고 하여
도(道)가 동(東)쪽으로 옮겼다하여 부쳐진 이름이다.
이곳은 건축물의 특이성 때문에 유명한 곳이다.
강학 공간인 중정단의 기단의 돌이 몬드리안 그림 같고
그 색깔이 다른 것이 신기하다.
또 오른쪽엔 다람쥐 문양이 꼬리가 아래로 있고
왼쪽엔 그 꼬리가 위로 있다고 한다.
이유는? 퀴즈
또 사진 작가들을 설레게 하는 엄청난 은행나무가 서원 앞에 있다.
잎 다 떨어진 앙상한 가지뿐이었지만
그 규모는 거의 양평의 용문사 은행나무와 견줄 만하더라.
산 위에 다람재에서 본 도동 마을이다.
절 뒤에는 산, 서원 앞에는 강이라고 했던 말 맞제?
여기도 앞에는 낙동강이 흐르고 있다.
강 저편은 대가야의 고령이다.
이제 달성으로 자리를 옮긴다.
먼저 6신사가 있는 묘골
말 그대로 6신사는 사육신을 모신 곳이다.
그곳에 박팽년의 후손이 세웠다는 태고정이라는 정자를 보여줄게
물론 첨에는 박팽년만 모시다가 나머지 5분도 함께 제사 지내기로 한 곳이다.
세조가 박팽년의 재주를 너무나도 아낀 나머지 그 후손은 대를 잇게 했다는 야사가 있다.
여하튼 그 태고정이라는 정자가 어찌나 소담하고 이뿌던지
그냥 한 일주일만이라도 쉬고 싶더구나.
다음 찾아간 곳이 문익점으로 유명한 남평 문씨 세거지인 인흥 마을이다.
문중 서고로는 가장 많은 서적을 보유하고 있는 인수문고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만권당을 세우기 위해 외국에 있는 우리 책들도 수집하였다.
그들의 노고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단순히 돈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재밋는 것은 여기에 딱 9채의 집이 있다.
물론 얼마든지 더 지을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9가구만 살기로 문중에서 결정하였고
지금도 9가구만 산다.
그 어떤 돈이나 권력, 명예도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인수문고를 관리하고 남평 문씨를 이끌 장남들만 들어올 수 있다.
서울신문 사장을 하신 분도 차남이라 들어오지 못하고
근처에 집을 얻어놓고 출퇴근한단다.
그들의 고집도 대단하지만 그런 고집이 있었기에
우리의 역사가 조금이라도 남아있었지 싶다.
이곳은 T자형 골목으로 되어 있어 정말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단지 본래 절터라 그 기운을 씻어려는 장치가 곳곳에서 보이긴 했지만....
우리나라 쉬고 싶은 곳 참 많다 싶은 마음이 드는 또 한 곳이었다.
벌써 날이 어둑어둑,
잘 자리를 찾아가야지
오늘 밤은 비슬산에서 자기로 했다.
사실 비슬산은 봄 진달래꽃으로 유명한 산인데...
3~4년 전에 등산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휴양림 어귀에 있는 요즘 유행하는 숯가마 찜질방으로 GO!
1시간 정도 찜질하고 그 숯에 구워먹는 삼겹살 구이란
정말 육즙이 살아있는 쫄깃한 맛이다.
취하고 그냥 자고 싶은 마음에 꽤나 오백년주를 마셨지 싶다.
그리곤 그냥 잤다. 아무 생각없이 간만에 편하게.
30일 2005년도 이틀밖에 남지 않은 날 새벽
눈을 뜨자말자 산으로 올라갔다.
정상까지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못 가고
그냥 7부 능선까지만 등산했다.
중간에 인공으로 얼음동산을 만들었더라.
그냥 구경해라.
담 코스는 창녕으로 날라가서 술정리동3층석탑이다.
석가탑과 거의 흡사하다.
국보34호이다.
신라 초기 석탑은 감은사지처럼 웅장했다.
그러다가 옥개석의 계단석이 5층으로 정립되고
통일신라 이후에는 규모는 훨씬 작아진다.
그러나 기단부의 돌들은 커지고 그 비례는 철저히 지켜지는 것이 통일신라시대의 탑이다.
그런 것 말고도 그냥 이뿌다, 탑이.
그렇게 느끼면 된다.
이 탑을 구경하고 우리나라 최고로 오래된 띠집인 하병수 가옥을 찾아가는데
지도에도 없고, 동네 사람들도 잘 모르고,
여하튼 시장길을 헤쳐 간신히 주차하고 찾아가보니
바로 동탑 옆 골목길로 오면 금방이었는데...
사람들에게 차에 탄 채 물었으니
저거딴에는 차로 갈 수 있는 최단의 곳으로 가르쳐 주었지만 우리는 헤맬 수밖에....
이엉은 1년에 한번씩 지붕을 다시 이어야하지만 이곳은 억새로 지붕을 했다.
억새는 잘 가면 15년쯤 간다고 하니,
1400년대에 지어 1700년대에 수리한 집으로 역사계가 인정한다고 하니 이 집의 역사는 가히 알 만하제?
(그래도 지붕을 몇 번 새로 했을까?)
지붕 한번 하는데 억새가 14톤이 든다고 하더라.
집주인 할아버지의 너무 장황한 자기 족보 설명에 조금 지루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만큼 보존하고 계시니 그 자부심은 인정하기로 했다.
이제 관룡사로 간다.
오는 길에 국보 33호인 진흥왕척경비를 보고
대웅전이 보물 212호인 관룡사로 왔다.
올라가기 전 이곳 옥천에 유명한 송이돌솥밥을 주문해놓고
대웅전 대충 보고
언발란서이지만 그래도 보물146호인 약사전을 보고
관룡사에서 제일 유명한 용선대로 오르기 시작했다.
보물295인 것보다 부처님이 계신 산 위의 전망대가 가히 일품인지라
한 25분 올라가야 되는 산길이지만 안 올라가려는 여쌤들을
안 가면 천추의 후회로 남는다 공갈치면서 데리고 올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오르느데 약간 힘이 들지만 데려 놓으니 탄성이 절로 나오더라.
이쪽저쪽 건너다닐 때는 나도 오금이 저려오던데..저거는 잘만 뛰어다니더구나.
황동규 아자씨가 여기를 다녀오고 <허공의 불타>라는 시를 썼지.
....밖으로 내민 것 끊지 않고
허공 앞에 설 수는 없을 것이다.....
과연 최제는 밖으로 내민 팔 탁탁 끊을 수 있을까?
안되것지 그러니 이렇게 범인으로 살아야지
간혹 닮으려는 마음으로 산에나 오르면서 살아야지.
마지막은 추위 놓이려고 부곡 들러 온천하곤 일찍 집으로 갔다.
이렇게 1박 2일 원서 후 답사 끝.
31일 늘어지게 잤다.
장모님 생신이라 저녁 처갓집 식구들이랑 함께 먹고 또 늘어지게 잤다.
1일 새벽 금정산이라도 오르기 위해
비가 온다나, 너무 흐리다나, 그래서 일출은 못 본다나 뭐라나...
그래고 새벽 5시반 자는 놈들 깨웠다
(아니 ㄴ ㅕ ㄴ도 한 명 있네)
인제 내 새끼한테도 내년에는 신경도 좀 줘야겠고
내 자신도 삶의 귀천도 없이 그냥 바둥댄 것 풀기도 풀어야겠고
그냥 금정산의 비경으로 일출 보러 가기로 했다.
일출이 없으면 산에 오르는 재미로 가자.
작년보담 엄청 사람이 적더라만 그래도 고당봉으로 오르는 사람은 장난이 아니더군
그래서 구당봉 바로 아래에서 미륵암으로 코스 변경.
미륵암 뒷 암릉이 금정산 3경의 하나로 하더라.
허겁지겁 도착하니 7시 반
누가 일출을 못 본다고 했나?
너무나 또렷이 저 산 너머로 밤톨만한 것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금새 온 세상을 벌겋게 만들었다.
올 한 해 나 자신을 속이지 말고 최선을 다하되 남에게 아픈 짓은 하지 말자.
이것으로 한 해 다짐을 하고
말없이 흘러가는 낙동강을 보면서
그러면서도 늘 푸근함을 주는 저 강처럼 넉넉하고 여유롭게 살기를 원하면서
절에서 떡국 한 그릇 먹었다.
배도 부르고 추위도 어느 정도 가신 듯하여
애들 데리고 금정 3경의 다른 하나인 의상대로 갔다.
관룡사의 용선대만큼이나 전망이 좋은 곳이다.
저 멀리 부산의 산들은 다 보이고
가까이는 산 속에 파묻혀 사는 산성 마을 사람들도 보인다.
인간이 좀더 넓은 집. 좀더 높은 곳에 살려 하지만
이렇게 정말 높은 곳에서 보면 그게 다 그것이다.
원효암 들렀다가 차 한잔 얻어마시고
그렇게 새해를 산에서 보내고 집에 오니 11시가 다 되었다.
인제 또 자련다.
내일부터는 1학년 겨울방학 보충수업 지원 나가야 한다.
언제 확실히 쉬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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