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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외 여행기

[스크랩] 네팔 인도 여행기 10

      2월 5일 월요일 여행 9일째 이른 아침을 먹고, 7시 30분경 델리를 향해 출발했다. 끝없이 펼쳐지던 산들이 모습을 감추기 시작하자 드디어 인도의 수도 ‘델리’가 가까워짐을 느꼈다. 중간에 화장실 딸린 주유소에서 모두들 한번 배출을 하고 거의 5시간을 달린 버스는 12시 30분 경 델리 시내에 있는 어떤 중국 음식점 앞에 우리 일행을 내려 주었다. 모처럼 인도식이 아닌 중국식으로 포식을 하고 쟈스민 차도 몇 잔 느긋하게 마시며 장시간 이동의 피로를 잠시 풀었다. 델리가 가까워지자 도로가 거의 왕복 10차선으로 넓어지면서도 극심한 정체로 버스가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래도 델리 시내로 들어서니, 대체로 깔끔한 느낌이 들었고 사람들의 입성이나, 거리 음식 문화도 위생적으로 보였다. 약간의 휴식 후 우리 일행은 델리 최대의 이슬람 사원인 저마 머스짓(Jama Masjid)을 참관했다. 역시 샤자한 황제 시대, 14년이 걸려 만든 건물로 최대 25,0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거대한 사원이었다. 주요 출입문 3개와 40m 높이의 뾰족탑 2개를 갖추고 붉은 사암과 흰 대리석을 번갈아 쌓아 올려 만들었다. 동쪽 문은 황제에게만 열려 있고 일반 대중에게는 북문과 남문으로만 출입이 허락된다. 입장료는 무료이면서, 카메라 소지비와 신발 보관비를 따로 받는다. 경건하게 기도하고 있는 이슬람 교도들 거대하고 장엄하게 꾸며져 있는 내부 공간 이슬람의 최고 지도자 ‘이맘’이 설교 시 앉는 자리 하얀 대리석으로 아주 품위있게 만들어 두었다. 거대한 사원 광장의 동, 서 양쪽 끝에 위치한다. 사원에서 나온 우리 일행은 다시 올드 델리를 향했다. 델리는 크게 올드델리(Old Delhi)와 뉴델리(New Delhi)로 나뉘는데 큰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그 둘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 극명한 대조를 보여 주었다. 큰 도로를 가로질러 가면서 저 멀리로 붉은 성(Red Fort)이 보였다. 무굴 제국의 5대 황제 샤자한이 수도를 아그라에서 델리로 옮기면서 조성한 새 도시 샤자하나바드의 대표적인 성인데 아들에게 축출당하면서 결국 미완성으로 끝났다. 붉은 사암으로 축조하여 멀리서도 붉은색이 선명하다. 너무 복잡한 시장으로 연결되는 올드델리는 도무지 걸어서는 헤쳐 나가기 어려워 다시 릭샤를 탔다. 이런 수동식 릭샤는 도로 건너편 뉴델리로 진입 금지란다. 사실 뉴델리엔 오토 릭샤만 다니고 있었다. 혼돈과 무질서와 소음과 숨을 제대로 들이쉴 수 없는 공해로 찌들린 이 오래된 도시로 들어서니, 갑자기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다. 특이하게 생긴 동그란 우체통과 시장 안, 사리 가게 앞에서 서성이는 여인들 주로 채식을 하는 인도인들은 살찐 사람을 거의 볼 수가 없는데 가끔은 등짝이 접히도록 살이 찐 이런 여인들도 있다. 그 살찐 배와 옆구리, 등짝을 마냥 내어놓고 다니던 여인들이 대수롭게 보이지는 않았다. 아우성의 거리를 빠져 나오는 한 건물 안쪽에 인도의 영원한 위대한 영혼 - 간디의 동상이 자애로운 얼굴로 사람들을 굽어보고 있다. 누가 걸어놓는지, 날마다 새로운 꽃목걸이가 걸려 있단다. 시장 한 켠의 바퀴 수리점이다. 릭샤나, 손수레, 자전거 등등... 고장난 모든 바퀴는 이 할아버지들의 손에서 다시 생명을 얻는다. 릭샤을 타고 시장을 반 바퀴 돌아나오는 동안 온갖 광경들을 목격한다. 릭샤끼리 부딪혀 멱살을 잡고 싸우고, 난장판 앞에서도 유유히 길거리 음식을 사 먹고, 먼지와 매연 속에서도 모두들 서두르는 법 없이 자신의 할 일을 한다. 적나라한 삶의 현장 속에 잠시 함께 하면서 여태까지 한국에서 내가 누렸던 사소한 것들 맑은 공기, 투명한 하늘, 싱그러운 바람, 밝은 햇살 시원하고 깨끗한 물과, 하루 세 끼 고기와 생선을 곁들여 차진 밥에 구수한 국물을 맘껏 먹었던 모든 것들이 그토록 절절하게 눈물겹도록 고마운 것이었단 것을 깨달았다. 큰 도로 하나를 건너 뉴델리로 넘어오니 여기는 다시 천국이 펼쳐졌다. 잘 다듬어진 나무와 맑은 물이 찰랑거리는 호수와 말쑥한 옷차림의 여유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 쓰레기라고는 눈 씻고 찾아도 없는 정갈하고 아름다운 도시 공원을 지나 대통령 궁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물론 차에서 내려 들어갈 수는 없는 곳이라 차를 타고 천천히 돌면서 구경했다. 전임 대통령이 바로 불가촉 천민 출신으로 인도에서 최초로 인공 위성을 쏘아올린 사람이며, 현 대통령 압둘 칼람 대통령은 무슬림 핵물리학자로 인도의 핵을 보유케한 장본인이다. 또한 지금의 대법원장도 남부 인도 께랄라주 출신 불가촉천민인 현재의 인도는 어찌 보면, 본인만 노력하면 무한한 출세가 보장된 나라이기도 하다. 가장 굳게 닫혀 있는 듯 보이면서도 가장 거리낌 없이 앞서가고 있는 나라 이 두 얼굴을 가진 나라가 바로 인도였다. 델리에서의 마지막 코스였던 인도문(India Gate)에서 우리는 인도 여행을 마무리했다. 제 1차 세계 대전에서 영국이 내세운 독립 약속을 굳게 믿고 참전했다가 전사한 병사들의 위령비다. 문틀 위에 병사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새겨져있었다. 대부분의 인도 여행자들이, 아라비아해나 뱅골만의 일몰을 배경으로 낭만적인 여행의 마무리를 했다고들 하는데 우리 일행은 인도문 앞에서 묵념을 올리며 비장하게 여행을 마무리했다. 인도문이 보이는 곳에서 아주 잘생긴 인도의 아이 둘이 어깨동무를 하며 저들 좀 찍어달라고 바디랭귀지를 하길래 즉석에서 찍어 보여주었더니 아주 만족하게 웃으며 달아났다. 저녁도 먹지 못한 채, 우리는 다시 네팔 행 비행기를 탔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카트만두에서 상하이 경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하기 때문이다. 밤늦게 도착하여 호텔 방 배정을 받고나니 11시 30분 배달되어 온 도시락을 받아드니 현지 시간 12시다 허기졌지만, 갑자기 서글픈 생각이 들어 식욕이 없었다. 짐 받아 정리하고 대충 씻고 잠자리에 드니 새벽 1시다. 특별히 아침 9시에 기상하라는 가이드의 배려어린 말을 아스라이 기억하면서 잠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카트만두 시내를 돌아보는 마지막 여정이 남아 있었다.
출처 : ★부산 맛집기행★
글쓴이 : 퍼진라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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