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3시가 좀 넘어서, 마침내 핑크 시티 자이푸르로 진입했다.
인도엔 ‘푸르’가 붙는 지명이 많은데
‘성이 있는 도시’란 뜻이다.
1876년 식민통치를 하는 본국인 영국의 웨일즈 왕자
방문 기념으로 환영의 뜻인 분홍빛으로 도시 전체의 건물에
도색을 한 탓으로 지금의 분홍 도시가 만들어졌다.
‘자이푸르’란 ‘자이왕의 성이 있는 도시’란 뜻이다.
자이푸르의 대표적 건물이 바람의 성 ‘하와마할’은
시간이 없어 버스로 지나치면서 모습만 보았다.
붉은 사암으로 섬세하게 만든 이 궁전은
정교한 벌집 문양으로 만든 창들이 독특하다
여인들에게 아직도 폐쇄적인 인도는
예전엔 더욱 심해서 함부로 외출도 못했으니
이 많은 창들을 만들어 성 안의 여자들이 바깥을 내다보며
다른 세상과 교통하고 만나는 대리충족의 문이었다.
시티팰리스로 올라가는 길이다.
암베르성의 성주였던 마하라자 자이싱 2세의
겨울용 궁전으로 만든 것이라는데
지금은 개조하여 무기박물관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다.
시티팰리스 무기 박물관의 간판~!
문을 들어서자 귀에 익은 피리 소리가 들린다.
아니나 다를까! 코브라 할아버지가 열심히 피리를 불고
코브라는 피리 소리에 맞춰 머리를 흔들어 올리고 있었다.
우리가 모두 구경만 하고 돈을 던지지 않자
볼에 심통이 가득 든 것 같은 할아버지는
그만 바구니 뚜껑을 팍 닫아버린다.ㅎㅎ
장거리용 대포 같은 것들은 바깥에 전시되어 있었고
내부는 촬영 금지 구역이었다.
이 거대한 은 항아리는
자이싱 왕의 아들이 영국 본토로 유학을 떠났을 때
그래도 갠지스의 물이 먹고 싶다고 하여
이 항아리에 물을 채워 영국까지 운반했던 것이라 한다.
>
촬영 금지된 내부에서, 우리 일행은
영화에서나 봤음직한 엄청나게 무서운 무기들을 보면서
이 증거물을 담아가야 한다는 의무감에 불타
사진 찍을 선생님을 가운데로 몰아넣고 빙 둘러싸서
다른 사람들이 못 본 상태에서 두 컷을 찍었다.
가슴이 조마조마했음은 물론이다.
여기 전시된 무기들은 거의가 다
무굴 제국 시대의 것들이라고 한다.
영화에서 본 징기스칸의 병사들이 들고 다니던
그런 무시무시한 무기들을 바로 곁에서 자세히 보니
참으로 날카롭고 매서운 칼날들이라, 한번 찔리기만 하면
그대로 복부나 심장을 관통할 것 같았다.
특히 삼각형의 뺀치처럼 생긴 손잡이가 달린 저 칼은
장 파열용 칼이라고 설명하는데
찔러서 그대로 손잡이를 당기면, 안에서 칼날이
가위처럼 벌어져 장을 순식간에 파열시키는 무서운 무기라고 한다.
설명을 들으면서 우리는 모두 진저리를 쳤다.
징기스칸이 거대한 원 제국을 만들기 위해 계속되는 전쟁을 하는 동안
한 마을에 진입하면, 생명 가진 것들은 모조리 죽였다고 한다.
그 참혹함이 알려지면서, 주변의 조그만 부족들은
서둘러 미리 항복하고 말았으니
결과적으로 살생을 줄이면서 단기간에 원을 건설했다고 하지만...
원 제국과 무굴 제국은 연대 차이가 약 400년 쯤 나는데
무기 모양새가 비슷한 걸 보면, 서로 영향을 미친 것 같기도 하고,
이 분야는 사실 잘 모르겠다.
급하게 시간에 쫓겨, 바로 박물관 앞에 있는
잔뜨러먼뜨러 천문대는 바깥에서만 보고
서둘러 언덕 위의 암베르성으로 향했다.
성문이 5시면 닫힌다는 정보 때문에
4시 40분경 겨우 성문을 통과해 들어갔다.
코끼리 택시가 퇴근하는 광경이다
시간이 늦어 우리 일행은 타지 못했다.
대신 요렇게 생긴 개조한 짚차를 탔다.
한 차에 5~6명이 타고도, 이 조그만 차는
경사가 높은 언덕을 잘도 올라갔다.
거대한 철옹성 같은 성문을 세 개째 통과한 후에야
우리는 비로소 산꼭대기에 버티고 있는 암베르성을 들어설 수 있었다.
16C 당시 라자스탄의 수도였던 자이푸르의 위용을 드러내기 위해
다양하고도 섬세한 건축 기법을 모두 동원해 만들었다고 하는 암베르성~!
당시의 성주였던 마하라자 일가에 의해 세워지고
마하라자 자이싱 2세는 그의 여동생을
무굴 제국의 3대 황제 악바르에게 시집보내며 사돈 관계를 구축하게 되는데
여동생 조다바이가 악바르의 아들을 생산하면서 그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듯 대단하게 높아졌다고 한다.
멀리서 보아도 성곽은 아름답고도 위용있게 버티고 있다.
5시까지만 입장이 가능하고,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해 저물기 전에 나오면 된다고 하니
허겁지겁 성문을 통과한 다음엔, 여유있게 모두들 둘러보기 시작했다.
오백 년 된 성곽 치고는, 색상이 너무도 선명하고 아름답게 남아있다.
관광지 어디에든, 공식적으로 그 지방 가이드를 써야 하지만
여기 자이푸르에서는 자이푸르 가이드 외에
암베르성만 인도하는 가이드를 또 따로 써야한단다.
머리가 허연 배뚱뚱이 장년의 할아버지 가이드는
제법 영어를 능통하게 구사하신다.
못 알아들을까봐 또박또박 우리들 표정을 봐 가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신다.
섬세한 벌집 문양의 벽들
특이하게 아름다운 천정 문양들~!
할아버지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 중의 하나
백색 대리석 위에 새겨진 꽃문양을 자세히 보란다.
꽃 모양은 모두 같으니 아래쪽을 참고하시라.
가운데 수술과 양 옆의 잎만 두고 가리면 스콜피온(전갈)이고
지금처럼 가리면 코끼리의 코이고
코끝을 가린 손가락을 빼면 물고기이고
오른손 엄지 아래로 내다보는 잎은 코브라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도 안 가리면 꽃이 된다는 이 기막힌 설명~!
노인들에게도 이런 일자리는 참으로 절묘한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도 유적해설사들을 가능하면
그 지방, 그 유적지 부근에서 오래오래 사신 분들을
교육시킨 후 투입한다면 이런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암베르성 안에 있는 미러(거울)궁전
여기에 이르러 가이드 할아버지의 촌철살인(寸鐵殺人)적 한 마디~!
“대낮에 별 보신 적 있으세요?”
하시더니, 조그만 라이트를 켜서 이 촘촘히 박힌 거울 조각 사이를 비치니
오~오~! 세상에~~!
그 조그만 거울 조각들 위로 반짝이는 별들이 무수히 떠다니기 시작했다.
우리 일행들~! 일제히 박수~~
할아버지의 즐거워하시던 표정이 선하다.
이 거울 궁전의 아이디어는
건축광이었던 샤자한조차도 미처 생각해내지 못했던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견고하고, 섬세하면서도, 색색의 다른 거울들이 무수히 모여
또 다른 몽환적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던 공간~!
드문드문 원숭이들이, 빠른 동작으로 움직이면서
사람들에게 먹이도 받아먹고, 더러는 예쁜 여인들을 할키기도 한다.
예전엔, 원숭이 천지였다고 하는데
아마도 잡아서 어디엔가로 보내고, 날쌘넘들만 남은 것 같았다.
산 능선을 타고, 끝없이 이어져 간 성곽을 향해
전망 좋게 빠져나간 테라스에서
잠시 산바람도 쏘이고, 모여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하루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곧 성문을 닫아야한다고 할아버지 가이드께서 재촉을 하신다.
성곽 너머로 또 하루해가 저물어간다.
이날 밤은 제법 규모가 큰 호텔 (Gold Palace Resort)에서
모처럼 바비큐로 가든파티를 하며 배부른 저녁을 먹고
인도에선 처음으로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호텔 입구에서 악기를 연주하면 우리를 반기던 연주자들.
가든파티 내내 우리 일행을 즐겁게 해 주던 부자(父子) 악단
아들의 목 꺾기 춤이 일품이었다.
정원에서 식사하며 본 인형극
모두 힌두어로 진행해서 잘 못 알아들었지만
대충 사랑의 삼각관계 같은 내용이었다.
밑에 눕혀놓은 인형은 한 개 200루피에 판매하고 있었는데
딸이 없는 나는 별로 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이제부터 인도에서 내내 먹었던 음식들이다.
닭고기를 빼고는 거의가 다 야채를 삶고, 찌고, 볶고, 튀기고, 찜하고...
보기만 해도 지겨운 짜파티와 카레
찰기라고는 전혀 없는 그야말로
한 톨씩 떨어져 나와 불면 날아가는 밥.
이 밥을 날마다 먹는 일이 참으로 괴로웠다.
아마도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의 일부에서 먹는 차진 쌀은
가공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기계작업이 동반되는 것이라
아직도 원시적인 방법으로 추수하고, 타작해서 먹는
대부분의 인도 사람들은 이 쌀이 편하게 먹을 수 있어 선호하는 것 같았다.
소금 맛 빼고는 거의 무맛인 야채 스프
보기는 화려해도 양파와 토마토 밖에 먹을 게 없던 야채들~!
출처 : ★부산 맛집기행★
글쓴이 : 퍼진라맹 원글보기
메모 :
'★여행★ > 해외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네팔 인도 여행기 11 - 마지막 편 (0) | 2010.03.18 |
---|---|
[스크랩] 네팔 인도 여행기 10 (0) | 2010.03.18 |
[스크랩] 네팔 인도 여행기 8 (0) | 2010.03.18 |
[스크랩] 네팔 인도 여행기7(타지마할) (0) | 2010.03.18 |
[스크랩] 네팔 인도 여행기6 (0) | 2010.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