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6일째
이날은 모처럼 느긋하게 일어나
호텔 정원도 산책하고 아침을 먹고
9시경 출발하러 나오는데, 엊저녁
민속공연장에서 무지한 단체행동을 보여주던
그 장년의 아줌마 일행들이, 울상이 되어 로비에 모여 있었다.
사연인즉
호텔비가 여행사에서 지급되지 않아
알아보러 간 가이드조차 감감무소식이라...
오도가도 못하고 발이 묶여 있는 상태라고
우리 가이드를 잡고 하소연하고 또 했지만, 어쩌랴~! 일단 출발
를 부르짖던 여인들~!
5시 40분발 아그라행 특급열차를 타기 위해
잔시역으로 왔다.
역사 안에서도 소들은 유유히 돌아다니고
여전히 거지들은 들끓고, 손목을 잡아끌며 돈 달라고
비닐 가방에 보이는 먹을 것들을 달라고 애절한 눈빛을 한다.
노란 수도꼭지가 수도 없이 있는 모습도 이색적인데
열차가 역에 도착하면 일제히 물을 틀어서
열차 내에 화장실에 물을 공급하고 떠난단다.
잔시역에서 버스를 내리려는 순간
다른 관광버스에서 가이드로 보이는 사람이 급히 뛰어왔다.
오~마이~갓~!!! 세상에...
아침에 호텔에서 짐을 챙기다가 그만
침대밑에 핫백을 깔아놓고 그냥 온 모양이다.
그 핫백이 비싸게 보였던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서 마침내 우리 일행에, 아니 내게
전달이 되었다. 미안하기도 하고...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할 길도 없고...
이게 인도다~!
거지가 들끓고 온통 사기꾼에,
남의 것 공짜로 가로채려는 사람만 있는 것처럼 보이는 무질서함 속에
이런 기막힌 선량함도 공존하는 곳이 인도다.
핫백을 받아들고 잠시 감정을 추스르며 짧은 기도를 올렸다.
내게 이것을 전해주기 위해 애쓴 모든 이들에게 복이 있기를...
역에서는 이렇게 빨간 옷을 입은 짐꾼들이 있다.
대부분이 불가촉 천민들이며
평생을 이런 옷을 입고 짐 나르는 일로 삶을 마감한다고 하니
늙은 짐꾼의 얼굴을 보는 마음이 무거웠다.
기차는 기적도 없이 정시에 슬금슬금 출발했다.
2시간 조금 더 걸려서 아그라에 도착했다.
아그라~!
그 유명한 타즈마할이 있는 도시다.
아니 타즈마할 때문에 살아가는 도시다.
기차에서 내려 버스를 타는 동안에
우리는 마치 전쟁터를 벗어나는 사람들처럼
비장하게 짐을 들고 뛰었다.
끈질기고도 집중적인 거지떼로부터의 탈출은 그야말로
사람을 지치게 하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