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어디를 가느냐가 문제가 아니고 누구와 가느냐가 문제인 것을 확실히 느끼고 왔다.
2006년 7월 16일(일) 오후 1시까지 연안부두 국제터미널로 모이라고 한다.
4시에 출발이라는데 뭐 그리 일찍 모이라고 하는지...
여하튼 1시간쯤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우리집(남산동)에서 12시 45분에 출발~
갈 때 주위에 사는 정장연 선생이랑 정희훈 선생 모시고 비 온다고 마눌님께서 직접 터미널까지 태워주겠다나, 내야 감사하지.
휴일이라 차가 없어서 번영로로 목적지까지 가니 12시 10분.
자그만치 50분을 더 기둘려야 한다.
점심을 먹으려 해도 늦은 아침을 먹은 탓이라 도저히 배가 받아줄 것 같지 않아
나중에 선상에서 뭐 좀 먹지 하곤 그냥 냅다 가이드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대한민국은 태풍의 간접 영향권이라 줄창 폭우에 강풍이다.
배는 롤링이 심하지는 않을지,
일본 가서는 비는 그만 내릴지,
준비물이 뭐 빠진 것은 없는지,
처음 가는 해외 여행도 아닌데 영 뭔가 불안, 긴장되기는 처음 나갈 때와 마찬가지이다.
드디어 1시가 조금 넘자 ‘가이아 여행사’에서 사장님이 나오셨다.
우리를 4박 5일 동안 가이드할 사람은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김상’이라는 주부였다.
상당히 씩씩해 보였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배에 오른 시간은 4시가 넘어서였다.
조금은 기둘리는 것이 짜증났다.
그래도 배에 오르니 제일 먼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는 것은 선상의 바이올린 3중주였다.
배에서 기분 좋은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다.
방을 배정 받고 보니 또 조금은 황당하였다.
분명 우리는 4인실로 알았는데, 문 앞에 8인실로 바뀌어 있었으며
다담이방인데 분명 매트리스가 6개밖에 없는데 장정 8인을 배치했다.
황당하기도 했지만 잘 모르니깐 그리고 누가 밤에 자겠느냐는 생각에 그냥 참고 가기로 했다.
우리 학교 급식보다 약간 나은 이른 저녁을 먹고
갑판 위로 나가 고국을 떠나는 비장함(?)을 느껴보려 했다.
벌써 오륙도를 지나치고 있었다.
바다 위에서 보는 오륙도는 나름대로 보기가 괜찮았다.
이제 방으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 각자 방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훌라에 낑길까하다가 고스톱니 인원이 안 된다기에 늙다리들과 고스톱을 쳤다.
국내에선 승률 80% 이상을 자랑하는 나 아닌가?
“뭘 치면 어때”
하늘은 여전히 흐리고 비이다.
다행스럽게 내항을 빠져나올 때 배의 흔들림이 조금 있더니
지금은 비가 와도 롤링은 거의 못 느낄 정도이다.
21시 30분에 ‘관문대교’를 지나간다는 방송이 나왔다.
나와서 보니 어두컴컴한 밤하늘에
또 별로 밝지 않은 조명을 켜둔 다리는 어찌보면 우리 광안대교보다 영 초라하게 보였다.
갑판 위를 돌다오니 다시 돈(?)전투엔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내키지 않아
선상 제일 위에 있는 ‘유메’라는 카페로 갔다.
벌써 제법 많은 선생님들이 한잔 걸치고 있었다.
유난스레 여선생님들이 많은 이유를 물으니
교감선생님이 여쌤들만 한잔 사준다고 집합시켰다나 뭐라나...
생맥주 300cc에 원이엇다.
그것보다 섹스폰을 부는 외국인의 모습이 쾌나 열정적이다.
가볍게 한 잔 마시고 와선 또 다시 전투에 참가~
드디어 일본 열전 고스톱의 역사적 기록이 세워지는 첫날이다.
1전1패 71,000원 꼴고 공식 개평인 30%보다 많은 3만원을 개평으로 받았다.
잠시 컵라면과 우리 소주를 한잔하고 잠을 청하려 하니 정말 잘 공간이 좁았다.
하릴없이 발 밑에 자리를 깔고 누웠다.
간신히 잠들려 하는데, 어디서 들려오는 헬기 돌아가는 소리,
아니 따발총 소리도 들렸다.
늦게 들어온 모선생님의 코골이였다.
잠자기는 틀린 것같고
또 ‘세토대교’가 곧 나타난다느 방송도 있고 하여
갑판 위로 다시 올라갔다.
간밤에 비가 많이 와서 제일 위 갑판은 출입금지!
그 밑에 있는 갑판에서 어렴풋이 올라오는 일출을 사진으로 찍었다.
물론 일출 전의 붉은 여명이었다.
드디어 5시 5분!
장엄하고 제일 긴 다리인 ‘세토대교’를 보았다.
한눈에 안 들어올 정도로 길었다.
아기자기하고 작은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이라도
결국 자신들이 필요하면 이렇게 긴 다리도 만들구나~
일출은 보지 못했다.
해가 다 뜬 후에도 하는엔 구름이 많아 해는 볼 수 없었다.
구름 사이로 조금씩 빾Ha 얼굴을 내미는 푸른 하늘과
비 오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이라 생각하며
한컷~!
선내 사우나로 갔다.
한 25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사우나 였다.
욕조는 5명이 들어기기에도 복잡하였다.
그래도 욕조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은 또 색다른 맛이었다.
아침을 먹고 하선했다.
100m도 안 되는 일본 남항 터미널까지 굳이 셔틀 버스 1대로 운행을 하기에
버스 기다리는 시간이 영 짜증스럽다.
거의 1시간이 넘어서야 일본땅을 밟을 수 있었다.
드디어 일본 땅이다.
멀미를 난 거의 못 느꼈는데
많은 여쌤들은 땅이 흔들린다고 했다.
18시간을 배를 탔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