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학교 밖에 있다. 그러나 애들은 늘 함께 있다. 1학년 수련회 때문에 거창에 왔다. 따뜻한 봄바람과 아직 절정인 벚꽃,또 갓 물오르기 시작한 신록들을 보며 찌든 마음의 때를 씻어 본다. 계곡물 소리도 시원하고 간만의 햇볕에 놀러온 새소리도 흥겹게 들린다. 정말 풍광이 좋은 곳이다.
이 좋은 곳에서 담임선생님들은 이틀 동안 난상 토론을 벌였다. 인터넷은커녕 TV도,신문과도 담을 쌓은 산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각 인터넷 토론방에서 한창 열 올리는 주제로 진지하게 토론을 했다.
'수학여행의 양극화'
과연 우리는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가? 우리 애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공교육의 획일성을 질타하면서도 수학여행은 획일적인 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 정말 우리 애들도 양극화로 생각하는 것일까?
토론방의 수천 개의 댓글을 읽었다. 50% 정도는 교사에 대한 불신과 비판,35% 정도는 함께 가는 것에 찬성,15% 정도는 다양성을 찬성하였다. 교사에 대한 불신과 비판은 과거에 있었던 리베이트 문제가 초점이었다. 단언하건대 지금은 없다. 모든 수련 활동을 마치고 나면 열흘 이내로 학교 홈피에 예산 집행 과정을 반드시 공지하기로 되어 있다. 또 요즘같이 직장 잡기 어려운 현실에서 돈 몇푼 때문에 자신의 평생 직장을 버릴 멍청한(?) 교사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경제적 여유를 가진 쪽과 또 같은 이유 때문에 가지 못하는 우리 애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 가장 좋은 교육적 방법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알찬 프로그램을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다면 분명 애들에게 의미 있는 수련 활동이 될 것인데….
지금 학교에선 애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신들을 감쌀 줄 알고 이해할 줄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괜스레 기성 세대의 잘못된 눈으로 지레짐작하는 것은 아닐까? 개성 많고 다양한 애들의 집단을 또 하나의 교육 주체로 참여시키면 조금 더 나은 방법이 나올는지….
12명의 선생님들도 결국 결론이 나지 않는다. 공은 이제 학부모에게로 넘기기로 하였다.
시원스럽게 흘러가는 저 계곡물처럼 뻥 뚫린 해법이 나오길 바란다.
"얘들아, 난 너희들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