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강영미와 함께 떠나는 길따라 마음따라 11 - 태안의 비경 <소코뚜레 바위>와 <간월암>
서해안의 비경은 물때에 따라
보였다 사라졌다 하는 변화무쌍함이 있다.
물때 또한 달의 차고 기울음에 따라 달라지니
사전에 미리 정확한 정보를 알지 않으면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태안에서 비경 중의 비경이라는 소코뚜레 바위를 만나는 일이 그
렇게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지금은 <솔향기길 3코스>가 이 바위 밑을 지나가게 되어 있지만,
밀물 때에는 물이 차서 마을길로 돌아가야 하니,
이 길을 걷는 일도 때를 맞추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소의 코뚜레를 아는가?
송아지가 태어나 1년 정도 지나면
길들이기 위해 줄을 매어야하는데,
개처럼 목에 맬 수는 없어
콧구멍 안쪽 얇은 막을 달궈진 쇠꼬챙이로 구멍을 뚫고
그 구멍이 아물면 비로소 꿰는 둥근 나무 고리가 바로 소코뚜레다.
즉 커다랗고 긴 암벽이 바다를 향해
방죽처럼 뻗어나간 끄트머리 부분에 바위굴이 생겼다가
자연적인 요인으로 인해 양쪽으로 구멍이 뚫려버린 모양이다.
지형학적인 명칭으로는 시아치(sea-arch)라고 하는데
홍도의 독립문 바위가 대표적인 모습이라고들 하지만,
미학적인 가치로는 소코뚜레 바위가 우리나라에서 최고라고 생각한다.
우선 이 바위는 위치적으로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라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이원반도의 당산리 마을주민 정도만 알고 있었던
비경의 이 바위는 특별한 황토빛이다.
척박한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태안의 푸른 곰솔들을 등에 업고,
물이 차면 차는 대로 빠지면 빠지는 대로
견뎌온 세월이 얼마인지 가늠할 수도 없지만,
구멍 윗부분의 바위 균열이 심각해서
머지않아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로 가까운 주변의 밤섬이
그렇게 육지에서 분리된 섬 형태로 남아있는 시스택(sea-stack)이다.
절묘한 모습은 바로 소코뚜레 바위의
구멍 한가운데로 밤섬이 들어오는 장면이다.
지극히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늘 느끼는 결론은
인간이 만든 예술작품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자연이 빚은 걸작품과는 비교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햇살은 눈부시고, 바닷물은 보이지 않는 멀리까지 빠져 나갔고,
펼쳐진 갯벌 위로 자신의 모습을 숨김없이
다 드러내고 누워있는 소코뚜레 바위 위로는
곰솔나무들이 갈맷빛 숲을 이루고 있는 한 폭의 그림이
너무도 아름다웠지만 마냥 넋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밀물이 차오르기 전에 간월암으로 가야했기 때문이다.
물이 차면 작은 섬 하나가 그대로 암자가 되는 간월암(看月庵)은
물이 빠지면 육지랑 연결되는 두 얼굴을 가졌다.
예전에는 밀물이 되어 버리면,
작은 쪽배를 이용해 언제라도 건널 수 있었지만,
지금은 쪽배의 운행을 정지시켜
스님들이 수행에 정진하는 시간으로 활용하신단다.
맞는 말이다,
모든 절집은 수행하는 공간이니 수행이 우선이지
관광객들의 방문이 우선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고려말 무학대사가 창건하였으나
조선의 억불정책으로 폐사되었던 것을
1940년대에 만공선사가 중창하였다고 하니,
지금의 건물들은 실제로 70년이 조금 넘는 것인데
해풍의 시달림이 힘들었던지 많이 쇄락한 느낌이다.
구름이 잔뜩 수평선을 덮고 있어
아름다움의 극치라는 일몰은 포기하고 돌아나오는 길,
멀리서 돌아보는 간월암은 물이 차면 떠 있는 수련 한 송이지만,
육지와 연결된 지형을 보면
무학대사가 찾았던 고려말쯤엔
소코뚜레 바위처럼 시아치를 이루며 육지에 붙었다가
구멍 윗부분이 무너지며 만들어진 섬-시스택이 분명했다.
다시 봐도 새롭습니다~~ㅎㅎㅎ
여행이 주는 활성에너지는 대개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얼마나 깊은 감동을 받았는지에 따라 각각 다르기 때문이지요.
소코뚜레 바위의 윗부분이 무너져
다시는 이 풍경을 만나지 못한다 해도
내 머릿속에는 오래도록, 아마도 죽는 날까지
깊게깊게 각인이 되어있지 싶습니다.
대학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한 친구가
올해 휴식년제를 맞아, 온 가족들과
스페인에서 일 년간 살다 오겠다고 떠났습니다.
가끔 가다 보내오는 사진들만 보아도
얼마나 행복한 에너지가 차오르는지~~
나도 안달루시아로...또는 지브롤터해를 향해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입니다~~ㅎㅎㅎ
장마속에서도 기분 눅눅하지 않게 산뜻한 주말 보내시길요~()
인터넷 신문 링크 걸어둡니다~!^^
http://www.leaders.kr/news/articleView.html?idxno=4267